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치매 환자와 가족, 요양업무 종사자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전해들었다. 인천공항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대책을, 초등학교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 데 이은 ‘찾아가는 대통령’ 일환의 행사였다. 문 대통령이 선택한 세 번째 화두가 치매란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치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문제”라며 ‘치매 국가책임제’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에 따라 청와대 사회수석실은 이달 말까지 이행 계획을 보고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키로 했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지원센터 확대 설치’ ‘치매 안심병원 설립’ ‘노인 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72만5000여명이다. 노인 10명 중 1명(유병률 10.2%)이 치매 환자인 셈이다. 치매 환자 수는 2024년에는 100만명, 2041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진료비·간호비·보험료 지출 등 치매 관리비용은 2015년 기준 13조2000억원에 이른다. 치매 환자 1인당 2033만원꼴이다. 웬만한 가정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더구나 치매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2년 71.5%에서 2015년 69.8%로 되레 낮아졌다. 치매는 한 번 걸리면 호전되기 어렵고 본인과 가족들이 큰 고통을 받는다. 이는 고령화사회에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장모가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은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러다보니 치매 환자를 돌보기 버거운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50대 남성이 치매에 걸린 70대 모친을 수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살해하기까지 했다. 지난 3월에는 70대가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은 독극물을 들이켠 비극적인 사례도 있었다.

고령화사회의 또 하나의 그늘이자 ‘재앙’이 된 치매는 개인과 가족의 문제를 넘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가 됐다. 특히 ‘치매는 부끄러운 병’이란 그릇된 통념을 바로잡고,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절실하다. 정부는 치매 예방과 조기발견, 환자 가족 상담 등을 체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