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보건의료 정책 1호 공약으로 ‘치매 국가책임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치매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72만명으로, 노인 10명 중 1명 꼴에 해당한다. 고령화 등으로 치매 환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문제로 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비용에 대한 부담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의 최대 과제인 치매 정복의 길은 멀고 험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치매 분야의 신약 개발의 성적표는 암울하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의 임상시험 실패율 99%에 달한다.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 실패율은 항암 신약 실패율(80%)보다 높은 것이다.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기획 팀장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 허가 건수는 3건에 불과하고 2002년에서 2012년 10년 동안 413건 중 1건만 개발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치매 치료제는 5개에 불과하며 시판되는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엑셀론', 머츠 '나멘다', 에자이 '아리셉트', 존슨앤존슨 '라자딘' 등 4개에 불과하다.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기획팀장은 “이 팀장은 “치료제 개발 성공율이 낮은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가 제대로 된 개발 방향을 갖고 있는 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치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3상에서의 실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하게 임상시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윈 그리피스(Elwyn Griffiths) 전 헬스 캐나다 국장은 “치매 환자의 경우 병세는 빠르게 심화한다"면서 “신약 개발 역시 ‘예방’에 주목하는 것이 더 맞다"고 말했다.

◆ “공격적이고 새로운 융합 접근 필요”

▲ 조선DB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해 다차원적으로 접근하는 ‘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일환 가톨릭기능성세포치료센터소장 겸 가톨릭의대 교수는 “기존의 방법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면, 줄기 세포 신약 등 보다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에서 치매 관련 항체 치료제,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임상이 약 3건 정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99%달하는 임상 실패율이 보여주듯 치매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을 위해 신흥 의료기술과 지식들을 적극적으로 융합해야 하며 정책의 체계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익은 치매 정책… 연구 개발 지원 미흡

정부는 지난 2008년 치매 종합관리대책을 처음으로 발표하며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2011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하고 2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12~2015년)을 수립했다.

지난 2012∼2014년까지 3년간 치매 관련 연구개발 총 투자금액은 1159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4년 우리나라 정부의 치매 분야 연구개발 투자 금액은 총 408억원으로 전체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0.2%에 불과했다.

민간 기업의 투자와 연구개발 참여도는 더욱 낮았다. 앞선 3년간 국가연구개발 사업 중 기업이 연구개발 주체가 돼 민간 투자금을 매칭한 경우는 대기업 1%, 중견기업 6%, 중소기업 10%에 불과했다.

새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 도입의 일환으로 ‘치매안심센터(치매지원센터)’를 연내 205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전에도 치매 문제를 국가 화두로 제기했지만, 치매 예방 및 관리도 거의 방치했고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 지원도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새 정부의 치매안심센터 역시 탁상공론식 해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치매지원센터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많은 전문 인력, 예방·치료 프로그램을 확보해야 하고 시민들의 접근성도 높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