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환자 본인보다는 옆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더 괴롭고 힘든 병이다. 치매 환자는 병이 진행되면서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그 가족은 치매환자의 인지기능의 저하, 성격변화 등의 다양한 증상을 직접 경험한다. 치매 환 자 보호자의 반 정도가 주요우울장애를 앓을 정도로 그 고통은 매우 크다.  
 
최근의 조사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사람 중 가족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그중에서도 배우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가족 중에서 주로 며느리가 주 보호자 역할을 했지만, 요즘은 점점 가족이 핵가족화되면서 배우자가 주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치매 클리닉에 내원하는 환자의 보호자 중 고령의 배우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심각한 지병을 갖고 있는 배우자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경우도 흔하고, 도저히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 때문에 보호자 자신이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경우도 많다.

부모님 또는 장인 장모님(시부모님) 4명 중의 한 명이 치매인 시대, 치매환자와 살아가는 가족을 위해, 앞으로 치매 환자와 살아갈 가족을 위해 치매환자와 살아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치매 가족은 치매란 병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흔히 치매는 '다시 아기 상태로 되돌아가는 병'이라고 하듯이 점점 인지기능, 신체적 기능, 사회적 기능의 저하가 진행된다. 치매에 대한 진단, 치료, 경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주치의와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서 환자의 현재 상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환자에게 시기적절한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치매 환자 돌보는 일을 가족들끼리 충분히 상의하고, 그 역할을 적절하게 나눠야 한다. 흔히 치매 가족 중에서 같이 동거하고 있어서, 장남이라서, 큰 며느리라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등의 이유로 특정 사람만 치매환자를 돌보게 되면 그 보호자의 조호 부담은 가중되어 얼마 못 가서 정서적, 신체적으로 지치게 되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치매 환자에게도 부정적으로 미친다. 가족들 모두가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식하고, 각자 상황에 맞게 조호 분담을 해야 한다. 셋째, 치매에 대한 국가 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치매조기검진사업, 치매치료비 지원 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치매 진단, 치료, 치매 관리 부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치매 환자를 어떻게 돌보느냐의 문제는 치매 약물치료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치매의 질적인 관리를 위해서도 국가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넷째, 치매 환자 가족들 스스로 정서적, 신체적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치매 환자 가족의 삶은 늘 새롭고 괴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치매 증상을 지식적으로 충분히 이해하더라도, 직접 돌보는 가족이 치매 환자의 증상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는 매우 크다. 치매의 진단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평균 10여년의 기간을 가족들은 치매 환자와 살아가야 한다. 치매 환자는 돌보는 데는 정서적, 신체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탈진되기 쉽다. 때문에 그 역할을 분담하고 스스로에게 회복할 기회를 주고, 주변에도 도움을 청해야 한다.

치매 환자 가족으로 살아가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게 될 운명이지만, 치매 가족으로서 치매환자를 미리 적극적, 긍정적으로 대처한다면,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부담이 줄어들고, 희망과 행복을 찾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박준혁 제주도 광역치매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