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치매검사를 했는데 ‘정상’이라고 하네요. 막상 검사를 받아보니 별 것 아닌데 괜히 지금까지 미루고 머뭇거린 것이 어리석은 것 같아요. 이젠 주위 사람들에게 얼른 검사받아보라고 말해줘야겠어요.”

2월 8일 서울 도봉구 창2동 한신아파트 경로당에서 치매예방 검사를 받은 김미선 어르신(71·여)이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기뻐하고 있었다.

치매예방검진이 찾아갑니다
도봉구보건소에선 매월 8일을 ‘치매예방 검진의 날’로 정하고 이달부터 경로당 같은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간다. 치매예방 검진의 날을 8일로 정한 것은 옆으로 눕힌 8이 손을 맞잡은 모습이라, 서로 돕자는 선언적 의미를 담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첫날인 이날에는 도봉구보건소와 치매지원센터 직원 10명이 나와 검진을 진행했는데, 보건소에선 올해 11곳을 찾아 치매예방과 조기 검진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등 치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고 한다. 대상 인원은 약 55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한 어르신이 치매검진을 받고 있다. 간단한 내용을 문답식으로 진행하며 기억력을 주로 검진하며 소요시간은 15분 정도이다.

도봉구보건소에서 이런 검진을 진행하는 것은 치매예방검진을 꺼리는 주민에게 검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기 위해서다.

도봉보건소 정영주 지역보건과장은 “도봉구치매지원센터에서 현재 치매환자 약 1000명을 돌보고 있는데, 이는 노인인구의 8.2%가 치매환자라는 치매유병률 결과에 따르면, 도봉구의 예상인원 3000명보다 크게 적다”며 “치매검진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어르신들이 치매검진을 꺼리고 있어 이렇게 나섰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과장은 “85세 이상 노인 50% 이상이 치매환자라는 연구결과도 있어, 치매대책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치매를 검진했다가 치매 판정이 나오면 ‘괜히 검진했다’고 자포자기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치매는 일반건강검진처럼 검사자체가 중요하며 완치는 힘들지만 진행을 늦추는 등 계속 관리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검진결과를 미리 알면 소용없다거나, 아예 모르고 지내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도리어 본인과 가족은 물론 사회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어요. 이런 인식을 빨리 개선해야 합니다.”

“빨리 검진하면 빨리 나을 수 있어요”
이날 진행요원들은 9시 30분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치매검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치매검진 안내책자를 배부했다. 이때 진행자들은 어르신들의 치매 편견에 대한 질문에 답하느라 바빴다. 어르신들은 검진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거나 부끄러워했다.

보건소와 협력해 치매를 관리운영하고 있는 도봉구 치매지원센터 김화련 팀장은 치매검진 안내장을 나눠주면서 “어르신, 치매검진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건강검진처럼 빨리 검진하면 그 만큼 빨리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검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였다. 이곳 경로당 어르신 회원 35명 중 30명이 검사를 받았다. 검진은 치매선별 검사지(K-MMSE)로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을 알아보는 것으로 어르신들은 진행요원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직접 작성하고 그림을 그렸다.검진시간은 약 15분으로 치매지원센터의 홈페이지에서 혼자 검진할 수도 있다고 한다.

김 팀장은 검진 전에 어르신들에게 “간단한 기억력 정도를 알아보는 것이니 전혀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검진결과 기억력이 다소 떨어진 경우라도 걱정하지 말고 정밀검사 후 다양한 방법으로 잘 치료해드린다”고 안내했다.

현장에선 치매검진과 더불어 치매예방검진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캠페인도 벌인다.

치매검사가 처음인 현모 어르신(79·여)은 진행자가 묻는 내용 중에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이 많아 검사가 힘들었다고 한다. 검사결과는 치매고위험군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이런 경우 치매센터에서 재차 전문의의 정밀 검사를 하는데, 그 결과에 따라 사후관리 치매 예방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생전 처음 검사를 받은 이원경 어르신(82·여)은 비슷한 나이의 다른 어르신들보다 매우 정정해보였다. 말과 행동이 80대라고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민첩했다. 검진결과도 ‘정상’으로 나왔다.

검진을 진행한 김 팀장은 “아무리 정정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치매를 경계해야 하며, 검진결과 정상으로 나와도 매년 정기검진을 통해 치매증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싱신호등’ 치매예방프로그램 효과 커
도봉구치매지원센터는 치매검사 뒤, 검사를 받은 어르신을 ‘싱싱신호등’이라는 치매예방프로그램으로 관리하고 있다. 어르신 상태에 따라 빨간불은 치매, 노란불은 고위험군, 초록불은 정상으로 분류해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다.

정상군(초록불)의 경우 1년마다 정기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치매예방 강좌를 듣도록 관리한다. 치매군(빨간불)은 초기와 말기로 나눠 관리하는데 초기치매는 인지재활프로그램을, 말기치매는 방문간호를 시행하고 있다. 센터에선 노란불인 고위험군 어르신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치매지원센터 김 팀장은 “노란불의 경우, 치매고위험 교육, 정기검진, 예방프로그램 등 예방관리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치매 발생을 예방 또는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치매예방 프로그램은 작업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원예치료, 컴퓨터 인지치료, 실버치료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센터에선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음악치료 등 다양한 치료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예방 효과를 본 사례는 많다고 한다. 김 팀장은 “2년 전 남편과 함께 온 한 주부(53)는 알츠하이머를 앓았는데 검진과 사후관리 프로그램덕택에 더 이상 병세가 더 나빠지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지원센터 방문해보세요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에선 무료 치매예방검진 대상을 최근 65세에서 60세로 하향조정했다. 가까운 치매지원센터를 찾아가면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치매는 암보다 가족부담이 더 큰 질병이라고 한다. 편견을 버리고 치매검진을 받아 병세 진행을 늦추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보내보자.

정책기자 이혁진(직장인) rhjeen0112@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