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0 16:12:31 매일경제

중년의 쓸쓸한 뒤안길인가? 인생 제 2막의 출발점인가?

달이 초승에서 보름으로, 다시 그믐으로 기울 듯이 여성 몸도 소녀에서 여인으로, 다시 어머니 할머니로 변한다. 소녀가 초경을 통해 여인이 되고, 여인은 사랑을 통해 아내와 어머니가 된다. 어머니는 완경을 통해 `여성으로 완성되는 일생`을 살게 된다.

우리 삶에서 건강의 전환점은 `갱년기`다. 갱년기는 여성들이 가임 시기에서 폐경으로 진행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남성 갱년기는 남성호르몬이 줄어 골다공증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며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다. 갱년기(更年期)는 신체 노화를 알려주는 전주곡이지만 글자 그대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차상헌 모태산부인과 원장은 "여성 갱년기는 폐경으로 `여성으로서 기능`이 끝난 것이 아니라 임신에서 해방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사춘기 때 난소 기능 시작과 함께 커다란 정신적ㆍ육체적인 변화를 경험하듯이 갱년기를 맞아 난소 기능 저하에 따른 `심신의 제2격동기`를 겪게 된다. 이 때문에 많지는 않지만 일부 여성들은 우울증을 심하게 겪기도 한다. 원인은 여성 기능 상실감과 같은 생리적인 이유에서부터 건강과 매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염려, 노화에 대한 걱정 등과 같은 심리적인 이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갱년기 증상은 △안면부와 피부 열감ㆍ홍조 △야간의 발한 △불면증 △신경과민ㆍ우울증ㆍ불안과 같은 감정 변화 △불규칙한 월경 주기나 비월경기간 중 혈흔 △질의 건조감과 성교통 △성욕 감퇴 등이다. 갱년기는 장기적으로 난소호르몬 결핍에 따른 장기 후유증으로 퇴행성 관절염,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 등이 나타난다.

갱년기는 여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장현재 파티마의원 원장은 "갱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여성 몸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남편과 아들도 갱년기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이해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에게 갱년기 이후 삶은 전체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초경은 점점 빨라지는 경향이 있지만 폐경 연령은 약 50세 전후로 비교적 일정하기 때문에 한국 여성 평균 수명이 81.8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여성은 일생 중 40% 가까이가 갱년기 이후 삶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갱년기 이후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 적당한 운동과 영양 관리, 충분한 휴식과 수면,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하다고 윤병구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조언한다. 운동은 속보, 자전거, 수영, 에어로빅 등 유산소운동이 좋으며 운동 강도는 땀이 나면서 약간 숨이 차다고 느낄 정도면 적절하다. 또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려면 의복을 얇은 것으로 여러 겹 입고 카페인, 알코올, 매운 음식을 피한다. 또 안면홍조와 열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면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부부관계를 왕성하게 유지하거나 성관계 때 수용성 윤활제를 이용해 질의 유연성을 보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성 갱년기도 노화에 따른 질환으로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남성들이 많다. 설사 갱년기 증상을 느끼더라도 이를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나 나이에 따른 당연한 변화로 생각하는 사례가 많다.

임헌관 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은 "뚜렷한 남성 갱년기 평균 연령과 호르몬 수치를 정의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남성호르몬이 절반쯤 소실되는 40대에 남성 갱년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40~55세 사이에 나타나는 남성 갱년기는 육체적, 성적, 정서적 그리고 정신적 건강에 대한 위협에 직면한다.

피로감, 기억력 저하, 우울증이 자주 나타나고 근력이 감소하며 뼈가 약해진다. 또 체지방 증가와 성기능 저하가 흔히 발생하며 발기부전, 성욕 감퇴로 이어진다. 남성 갱년기 원인은 뇌와 고환 노쇠 현상으로 인한 남성호르몬 감소, 음주, 흡연,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 요인, 고혈압, 당뇨, 간질환과 같은 신체적 요인이 있다.

김정민 포르테비뇨기과 원장은 "갱년기 증상이 심한 환자는 남성호르몬을 보충해주면 효과가 좋다"며 "무기력증, 피로감, 우울, 공포감 등 정신적 증상이 개선되고 성욕과 성기능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 갱년기가 없는 보통 사람에게 남성 호르몬을 투여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