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2008-5-21)

얼마전 한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치매를 앓고있는 김씨 할머니 목욕봉사를 간 적이 있었다.

김씨 할머니는 생활보호대상자로서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에 소재한 임대아파트에서 만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계셨다.

그날의 목욕봉사는 한마디로 체력전이었다.

특히 김씨 할머니는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엄청나서 우리가 다가서면 소리치며 팔과 다리로 봉사자들을 마구 차 몸에 손도 대지 못할 정도였다.

어렵게 할머니를 목욕시켜 드렸지만 목욕 내내 무엇이 김씨 할머니를 저렇게 만들었는지, 우리 사회가 김씨 할머니와 같은 치매 노인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 사회에 노인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치매노인의 수도 늘어가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치매노인의 수는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8.3%인 39만 9,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오는 2015년에는 치매노인의 수가 전체 노인인구의 9%인 57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기관들의 예측이다.

그에 따라 우리 주변에서 치매에 걸린 노인을 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러나 치매의 의학적인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치료 역시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사회적으로 치매 노인을 위한 시설이나 병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고 치매 예방에 필요한 지적 활동 활성화 프로그램도 대중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김씨 할머니처럼 치매에 걸린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의 고통이 말이 아니다.

치매 노인 문제는 고령화사회의 도래와 함께 더 이상 소수의 특정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부모, 나아가 우리 자신과 언제라도 연관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도 보다 강화된 대책을 마련해야 되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우리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그 고통을 함께 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박은주 사회복지사·도여약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