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0세 이상 사는 경우를 흔히 본다. 197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100세 넘게 사는 사람들이 아주 드물었지만，오늘날에는 약 50만명이 100세 이상을 살고 있다. 장수하면 자식들이 사회에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고 손자 손녀들의 재롱에 웃음꽃이 피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수와 함께 찾아오는 것이 바로 치매라는 노인성 질환이다.

통계에 따르면 기대수명이 늘어날수록 치매환자 수도 급속히 증가한다. 치매는 빈부，교육，지위，건강 등에 관계없이 발병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임기 뒤에 치매로 고생하다 눈을 감았다. 그는 70세에 대통령이 된 후에도 휴가 때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말타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역사적인 공산주의 몰락과 독일 통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임기 말년 소위 '이란 콘트라' 사건으로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국회로부터 문제를 추궁받을 때마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해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임기 뒤에 치매진단을 받았는데，혹시 그가 국회에서 거짓말을 했던 것이 아니라 대통령 임기 중에 이미 치매증상이 시작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치매는 기억과 관련된 뇌세포가 파괴돼 생긴다. 기억이란 학습과 집중을 통해 취득되고 통합되며 검색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은 뇌의 '해마상 융기'라 불리는 곳에서 이뤄진다. 치매로 사망한 환자의 뇌 검사 결과를 보면 '해마상 융기'의 신경절세포들과 조직들이 죽어 있고，심한 경우엔 이 부분이 텅 비어 있을 정도라고 한다. 기억을 프로세스하거나 저장하는 뇌의 조직들이 사라져 가는 만큼 치매환자들의 기억이 나빠지거나 아예 기억하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장수인구의 증가 속도를 볼 때 치매환자 수도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치매가 전염병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치매 에피데믹(epidemic)'이란 말로 치매 발병률이 전염병같이 빠를 것이라고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치매 발병률에 비해 치매 치료를 위한 방법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다. 치매발생 기전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그 주요 원인이다. 지금 쓰이는 약들은 다만 대증요법의 한 방편이지 완치를 위한 방법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달 착륙' 선언이나 닉슨 전 대통령의 '암정복'선언과 같이，치매도 '치매퇴치' 선언을 통해 전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에서도 치매 환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이제는 국가적인 질병관리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치매에 대한 이해，간호，관리에 대한 교육이 많이 이뤄져야 질병 치료와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안창호  < 美렉산제약 회장 ahnch@rexah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