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09 01:39 중앙일보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인 한설희(54·사진)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40대 중반부터 뇌에 좋지 않은 단백질이 쌓인다”며 “이때부터 성인병을 관리하면 우리나라 치매의 70% 이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머리를 계속 쓰고 고혈압·고지혈증 같은 혈관 계통 생활 습관병을 예방하려는 노력으로도 치매를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심한 심리적 스트레스나 교통사고, 의식을 잃을 정도의 심한 외상, 반복적인 구타 등으로 뇌에 물리적 충격이 가해지는 걸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미 뇌세포의 상당수가 소실된 상태”라며 “뇌세포는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소실되면 원인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평생 교육도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 한 교수는 “무학자와 초등학교 교육을 받은 그룹을 비교한 결과 무학자의 치매 발생률이 초등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의 다섯 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동선수가 운동을 하면 근육이 증가하는 것처럼 사람이 학습을 하면 신경세포도 강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시설에 있는 치매 노인 대부분은 간병인이 바뀌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며 “치매 노인을 수십명씩 모아 놓고 약물로 치료하는 것보다는 가족이 정성스럽게 돌보면 상태가 훨씬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보호자의 경제 활동이 제약받지 않도록 탁아소처럼 치매 환자를 출근할 때 맡기고 퇴근할 때 데려오는 ‘탁로소’ 같은 시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가족 중에 치매가 있는 사람에게는 (치매) 위험 요소가 있다”며 “이들은 5년 이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치매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치매 예방주사는 현재 다국적기업에 의해 개발되고 있으며 올가을 임상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치매학회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4월 26일에는 치매학회 총회에서 이사장에 취임했다.

◇특별취재팀 = 김창규·김은하·백일현·김민상·이진주 기자,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편집=안충기·이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