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4 08:03

죽은 아내와 며칠씩 지내기도…대책 마련 절실

지난 19일 건강보험공단 제주지사 직원이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 확인을 위해 제주시내 가정집을 방문했다가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고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노부부만 사는 이 집에선 며칠 전 86세의 할머니가 숨을 거뒀으나 90살 난 할아버지는 치매로 인해 아내의 사망을 알지 못하고 평소처럼 함께 지내 왔다는 것. 건강보험공단 직원은 119에 신고를 하고 가족들을 수소문해 시신을 옮겼다.

23일 오전 4시 구좌읍 종달리에선 길을 잃은 96살 할머니가 남의 집에 들어갔다가 출동한 경찰의 도움으로 성산읍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할머니도 치매에 걸려 자신의 이름은 물론 집도 알지 못해 경찰은 읍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일일이 확인을 해야 했다.

이처럼 보건소 및 요양원은 물론 가족에게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치매노인들을 위한 관리와 도움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치매노인은 전체 노인인구의 8.3%인 4923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도내 4개 보건소 치매상담센터에 등록된 노인은 1000여 명에 불과하고, 도내 40곳의 요양시설과 재가(在家)시설에 입소하거나 관리를 받고 있는 치매노인은 2500여 명으로 나머지 1400여 명(28%)은 제도권 밖에 놓이면서 치유를 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의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홀로 지내는 치매노인들을 관리하기 위한 자료구축이 미비해 이와 관련된 전담 인력 배치 및 치매요양시설 확충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내 무료요양원인 경우 자격을 기초생활수급자에 한정하면서 가족들이 부양하지 않거나 돌보지 않는 치매노인들은 사실상 방치된 것이 다름이 없어서 이들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보건소 치매상담센터 관계자는 “60세 이상 기초생보자 및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치매선별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지역사회단체 봉사원들을 치매노인 정보원으로 활용해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좌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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