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계질환 우울증’ 요주의

‘신경계질환 우울증’은 일반인들에게 발생하는 우울증과 달리 뇌졸중, 치매, 간질, 파킨슨병 등과 같이 발생하는 우울증을 말한다.

뇌 질환 자체가 뇌의 `감정회로’를 손상시키고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과 같은 감정조절관련 신경전달물질을 변화시켜 우울증을 만들어 내 발생한다. 이 과정 중에 감정조절장애, 분노장애 등 우울증과 유사한 증세도 흔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우울증은 신경계질환을 더욱 악화시키고 재활과 치료를 방해한다. 더욱이 신경계질환 우울증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특히 신경계 질환을 앓는 환자 중 약 30~50%에서 발생한다.

◆ 일차성 우울증과 다른 특징 ‘다수’

일반인들에게 발생하는 일차성 우울증과 달리 ‘신경계질환 우울증’은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일반적인 우울증과 침울하고 매사에 관심이 없어지는 점은 비슷하나, 자기 비하·자살의도 같은 증세는 비교적 적다.

또 흥분-동요·상황에 맞지 않는 울음 혹은 웃음 등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보이며 화를 참지 못하거나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간질 환자의 경우 간질 발작이 발생하기 전·후에 우울증상이 동반되기도 하고, 간질 발작 자체가 우울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환자는 동작이 느려지고 말도 둔해지며 감정표현이 없어지므로, 뇌질환의 증세가 마치 우울증과 비슷하게 보인다. 따라서 기존 신경계질환에 대해 잘 아는 주치의가 진단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다.

◆ 치료에 ‘SSRI 항우울제’ 효과 높아

신경계질환 우울증환자에게는 기존 삼환계 항우울제와 달리 부작용이 적은 SSRI 항우울제를 1차 약제로 사용할 것이 국제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신경계질환 환자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고, 심혈관질환, 당뇨, 자율신경계 이상 등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삼환계 항우울제는 심장독성, 자율신경계 부작용이 빈번하고, 간질발작 등의 신경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SSRI 항우울제를 60일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규제가 돼 있어 ‘신경계질환 우울증’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SRI 항우울제를 60일 이상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를 방문하고 다시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SSRI 항우울제 사용의 규제는 국내가 유일하다.

김종성 회장은 “뇌질환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하고, 언어장애, 기억력저하 등으로 병원에 혼자서 방문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SSRI 항우울제를 타기 위해 병원을 또 방문하고 진료를 다시 받는 것은 매우 불평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SSRI 항우울제의 건강보험 급여규정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석영 매경헬스 기자 [hansy@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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