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08-08-12

은평 등 9개區 센터운영… 조기진단·치료·재활 토털서비스

혼자 사는 이모(70)씨는 최근 기억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혹시나…”하는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병원검진은 생각조차 못했다. 마침 지난 7월 서울 은평구 치매지원센터가 노인복지관에서 무료로 검진해준다기에 진료를 받았는데 치매의심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치매지원센터에서 추가진료와 치료를 받고 있다.

은평구는 6월 시립서북병원과 연계, 치매지원센터의 문을 열었다. 신경과 전문의를 센터장으로 치매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미술치료사, 음악치료사 등 8명이 상근한다. 치매환자를 수용하는 ‘재래식’치료가 아니라 조기 진단, 치료, 재활 등의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반 병원에선 치매진료비만 80만원 정도가 들어 노인들에겐 큰 부담이 된다. 때문에 치매지원센터 의료진이 경로당이나 복지관 등을 직접 방문, 검진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해서 은평구는 356명의 노인을 검진, 1차로 이씨를 포함해 치매가 의심되는 63명의 환자를 발견했다. 또 400명을 대상으로 치매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성북구 치매지원센터에서는 지난 1년간 3만532명이 진료와 치료를 받았다.

2007년 우리나라 치매 노인수는 40만명으로 추산됐고, 2020년엔 70만명으로 1.8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치매노인 증가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치매노인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병원은 장기입원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 비용이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비싸다. 요양원 같은 곳이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며 시설수준도 열악해 환자를 맡기기엔 불안한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구청에서 운영하는 치매센터가 바람직한 대안으로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진료비와 치료비가 거의 무료로 제공되고 공공기관이기에 신뢰감을 주며 조기진료 및 치료가 가능하고 음악과 미술 치료 등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서울시는 노인성 치매와 ‘전쟁’ 중이다. 치매관리를 역점사업으로 정하고 구청이 치매시설을 지을 경우 10억원과 연간 약 3억5000만원의 운영비 가운데 절반을 지원(나머지 절반은 구청이 부담)하며 치매센터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은평구, 성북구, 성동구, 동대문구, 도봉구, 마포구, 양천구, 송파구, 강동구 등 서울시내 9개 구청에서 치매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관악구와 서초구도 치매센터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준호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