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작가의 인기 드라마 ‘천일의 약속’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수애)와 한 남자(김래원)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애는 가스레인지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고모 집에 저녁을 먹으러 가고, 월요일을 일요일로 착각해 회사에 지각한다. 심지어 외부에 자동차를 주차한 후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

나이 서른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수애를 보며 “나도 자주 깜빡하는데 혹시?” 하며 불안해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을지대병원 정신과 유제춘 교수는 “건망증이 모두 치매의 시작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건망증은 일부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치매 환자는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는 건망증과 달리 진행성 장애이므로 기억력 장애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진다. 기억력이 계속 나빠진다면 건망증보다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젊은 여성들도 아주 드물게 알츠하이머병을 앓는다. 대부분 유전적 영향으로 치매에 걸린다”며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젊은 사람이 치매가 생기는 경우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혈관성 치매, 갑상선 기능 저하로 인한 치매, 뇌종양이나 뇌수종 등 병에 의한 치매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앓다 사망한 병으로 유명하다. 주로 노년기 질병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2008년 42만1000명에서 올해 46만9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대로 가면 2012년 52만 명, 2020년 75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는 뇌의 기질적 병 때문에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이 떨어져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지장을 일으킬 만큼 지적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일컫는다. 치매의 원인으로는 퇴행성 질환(알츠하이머병), 뇌혈관 질환(혈관성 치매), 대사성 질환, 뇌종양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알츠하이머는 전체 치매의 50~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유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들의 뇌에서 아밀로이드라 불리는 단백질이 일종의 노인성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데 이것이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이나 예방약은 아직 없다. 다만 치매에 흔히 동반돼 나타나는 망상이나 불안, 공격적인 행동, 우울 등은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으면 고통을 줄일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고창남 교수는 “젊어서부터 지나치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나이 들수록 순환이 원활치 않아 치매에 걸리기 쉽다”며 “공무원이나 교사, 안정적이며 수동적인 샐러리맨,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치매에 잘 걸린다”고 말했다.

치매는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더 많다. 에스트로겐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보통 알츠하이머 치매는 여성이 남성보다 1.5∼2배 많다.

두뇌 활동을 많이 할수록 치매가 예방된다.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의 산 이름을 1625개나 외운 고 서정주 시인의 치매 예방법을 따라할 만하다. 또 일주일에 3회 이상 걷기만으로 치매에 걸릴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일주일에 12㎞ 이상 걸으면 치매를 30%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25∼30년간 담배를 피우면 알츠하이머병이 2.5배 늘어난다”며 “특히 여성 흡연은 남성보다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치매는 환자 스스로 증상을 잘 모르거나 표현할 수 없는 대신 가족이 고통을 호소하는 질병이다. 우선 가족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온 가족이 치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환자를 돌봐야 한다. 또 가족 한 사람이 모든 책임을 떠안지 말고, 가능하면 온 가족이 책임을 나누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