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모양 로봇 `실벗`이 양팔을 위로 올리고 제자리에서 빙그르 돈다. "제 시범을 마쳤습니다." 실벗의 동작을 따라하던 한 노인이 멈칫하자 바로 상냥한 목소리가 따라온다. "조금 어려운가요? 힘내세요. 포기하시면 안 돼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7일 서울 강남구 치매지원센터에서 노인케어 로봇 `실벗`과 `메로`의 시연회를 열었다. 실벗은 동작과 경로 따라하기, 로봇 조종 등 몸을 움직이는 6가지 게임을, 안경 쓴 얼굴 모양의 로봇 메로는 빙고 암산 등 10가지 인지훈련 게임을 진행한다.

노인들은 이들 로봇을 따라하며 동작을 기억하고, 음악에 맞춰 박자를 세는 게임 등을 통해 전두엽과 두정엽, 측두엽 기능을 향상시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문제를 내는 컴퓨터와 달리 이들 로봇은 참가자들을 유심히 관찰해 격려하거나 칭찬한다. 로봇 개발에는 KIST 프론티어지능로봇사업단과 로보웨어, 삼성서울병원 등이 참여했다.

KIST는 12월까지 인지훈련 효과가 검증되면 로봇을 양산해 병원이나 치매센터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들 로봇은 덴마크와 핀란드에도 투입됐다. 현재 핀란드와 덴마크에 실벗과 메로 1대씩 총 4대의 로봇이 건너가 128명의 노인에게 인지훈련을 시키고 있다.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