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80세가 넘으면 치매 발생률이 30%가 넘는다는 보고가 있다. 백세 시대가 오면 몇 집 건너 한 집에 치매 환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혈관이나 호르몬계의 교란, 약물이나 중금속 중독 등 치유 가능한 치매도 있지만, 치료되지 않는 치매도 많아 가족·의료진 모두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과 지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 사회성, 도덕성 및 신체적 퇴화도 다양하게 나타나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본인이나 가족이 잘 눈치채지 못하는 초기 단계엔 자신의 기억력 상실을 오히려 감추는 경향도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명백하게 많은 지적 능력을 잃어버리는 단계에서는 이해력도 떨어지고, 돈 관리도 불가능해진다. 밥을 먹고도 그 사실을 잊어 또 먹는가 하면 계속 배가 고프다고 말하는 등 기본 생리현상의 유지가 힘들어진다.

스스로 위축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물건을 누가 훔쳐갔다, 감추었다 하며 화를 내고 길을 잃어 버린 후 식구들이 날 버리려 했다며 분노를 쏟아붓기도 한다. 시간과 장소에 대한 지남력(指南力, 시간·장소·환경 따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친한 이들과 따뜻한 교감을 나누기도 힘들어진다. 원래 갖고 있던 성격적 문제들이 더 과장되어 나타나 가족의 묵은 감정을 건드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대소변 실수를 하기도 하는 등 남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그 이전에도 불면증, 우울증, 헛것을 보거나 듣는 섬망(<8B6B>妄), 남들이 자신을 해칠 거라는 식의 망상 같은 다른 정신질환이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쓰는 수면제, 항불안제 등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꼭 정신과 의사의 전문 처방이 필요하다.

치매 환자랑 사는 일상은 전쟁이다. 가스 불을 켜놓아 화재가 나는 경우도 있고, 전화 사기를 당하고, 노인을 노리는 악덕 상술에 넘어가기도 한다. 병이 진행되면서 밤에 잠을 못 이루고 돌아다니거나 문제를 일으켜 식구들을 지치게 하기도 한다. 자기는 치매가 아니라고 계속 주장을 하면서 남 탓만 하는 환자에게 화가 날 때도 많다. 치매는 영혼이 조금씩 죽어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도 죄의식, 불안, 공포, 우울, 수치심, 절망감 등을 맛보게 되므로 가족 치료가 필요할 때가 많다.

전통적 효의 개념에 기대자면 부모가 벽에 똥칠을 해도 끝까지 곁을 지켜야 하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먹고사는 것 자체가 힘든 경우 치매 노인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많다. 시부모 수발에 지친 며느리가 집을 나가고, 부모가 싸우는 것을 본 자녀들이 비행 청소년이 되고, 부모 건사에 직장을 잃고 극빈층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자녀들끼리 싸움이 나서 서로 원수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는 것보다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시설에 모시는 것이 차라리 낫다. 좋은 요양원에 모시면 의료진으로부터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증상도 완화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는 그런 시설이 많이 부족하다. 또 시설에 부모를 입원시켜 놓고 다시 나타나지 않는 자녀도 적지 않다. 치매 환자의 가족 모임도 더 활성화되어 힘든 사람들끼리 정보를 나누고 서로 격려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도 사실은 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