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2008.09.03 22:16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이 "치매는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한 질병인데도 방치되고 있다. 치매를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치매의 30%를 차지하는 뇌혈관성 치매는 건강관리만 철저히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양결핍과 뇌종양에서 비롯되는 20%쯤의 대사성 치매도 고칠 수 있고, 나머지 퇴행성 치매도 일찍 발견만 하면 호전시키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급속한 노령화로 치매환자는 2000년 28만 명에서 올해 40만 명으로 늘어났다. 65세 이상 노인 12명 중 한 명꼴이다. 이 숫자가 10년 뒤면 70만 명으로 불어난다. 가족을 구성하는 부부 입장에선 다섯 집에 하나꼴로 치매환자를 돌봐야 하는 처지가 된다. 치매환자에게선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서 자녀들은 생업 일부를 포기하고 간호에 매달리든지, 사람을 고용해야 할 지경에 빠진다. 누가 치매 부모를 모시느냐로 형제 자매 간에 반목과 불화가 잇따른다. 이런 불행을 줄이려면 치매를 국가 과제로 다룰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이 조기 진단이다. 치매환자 중 병원에서 진단받는 경우가 3분의 1이다. 진단 뒤 치료까지 받는 경우도 30%밖에 안 된다. 열에 아홉은 진단도, 치료도 못 받는다는 얘기다. 치매를 질병이 아니라 노화 단계로 인식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이다.

공공 보건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프랑스는 올해부터 5년간 16억 유로(2조5000억원가량)를 투입하는 '치매방지계획'을 세워 치매상담소 1만1000곳을 짓고 간호사가 환자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간호도 확대한다. 치매환자가 500만 명인 미국은 치매에 걸릴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가 고혈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치매환자 숫자는 암환자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의 암 예산이 1027억원인 데 비해 치매 관련 예산은 12억원에 불과하다. 제일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정부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