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생생뉴스 생활/문화 | 2008.09.25 (목) 오후 12:46

잠을 자다 갑자기 팔을 휘두르거나 발로 차서 옆 사람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저 잠버릇이 고약할 뿐’이라 이해하고 넘기기에는 어쩐지 걱정스럽다. 이른바 ‘렘수면이상행동증’이라고 분류되는 이런 수면장애가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심각한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신경과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마효일 교수는 내달 9일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개최되는 제1회 한림-웁살라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퇴행성 신경질환의 임상 전 상태인 렘수면이상행동증’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렘수면이상행동증은 뇌기능 장애로 인해 수면 중 전신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지지 않아 깨어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증세를 말한다. 보통 사람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렘 수면 단계에선 몸 근육이 저절로 이완돼 힘을 쓸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증세의 환자들은 꿈을 꾸는 동안 소리를 지르고,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꿈 속 행동을 실제로 하게 된다. 함께 잠을 자는 사람에겐 큰 신체적 위협이 된다. 정작 당사자는 잠에서 깨면 이런 사실을 기억하지 못 한다.

렘수면이상행동증 환자는 전체 인구의 약 0.5%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활동성 폐결핵이나 건선, 정신분열병 등 잘 알려진 질환들의 유병률에 준하는 수치다. 렘수면이상행동증은 건강한 사람에게 발생하기도 하지만 뇌간과 관련된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혈관성 병변이 있는 환자에서 유병률이 더욱 증가한다. 때문에 이러한 질환들의 신호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파킨슨병, 치매, 미만성루이소체병(diffuse Lewy body disease), 다발성신경계위축증(MSA)에서 렘수면이상행동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전체 파킨슨 환자의 25%에서 렘수면이상행동증이 관찰된다고 알려졌으며, 렘수면이상행동증을 가진 환자의 대부분이 후에 파킨슨 증상이나 치매와 동반된 퇴행성 뇌질환을 앓게 된다고 한다. 많은 연구들에서 렘수면이상행동증 환자의 65% 이상 퇴행성 신경질환 발병이 확인되고 있다.

치료는 수면시 주위의 환경을 안전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약물치료에는 클로나제팜이나 도파민 관련 약제가 사용된다. 마효일 교수는 “일단 렘수면이상행동증이 의심되면 수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특히 기억력장애가 있거나 노인의 경우는 치매검사나 퇴행성 뇌질환 관련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