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2008/10/20

김철환 교수와 100세 장수를!-원인 다양 … 정확한 진단·적절한 치료가 중요

최근 몇년 동안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치매를 앓는 노인이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치매를 갖고 있는 노인이 약 40만명 정도인데 2020년 경에는 70만명까지 증가할 것이다. 치매를 모두 예방할 수는 없지만 분명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예방하고 조기진단을 통해 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서서히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노인성 치매 (알츠하이머병)

알츠하이머병은 뇌세포가 기능을 상실하면서 뇌 자체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는 기억력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인격과 사고능력 모두가 사라지는 병이다. 이 병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하면 초기에는 최근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든지, 익숙하던 일도 서툴게 되는 경험을 한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이런 증상은 더 심해지고 기억력 저하 때문에 가족간에 오해를 일으키거나 심한 경우 남들이 자신의 물건을 훔쳐갔다는 등의 의심이 생겨 난폭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치매가 더욱 진행되면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져서 옷을 혼자 입지 못한다거나 집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결국 거동을 못하고 자리에 누워 있기만 하면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상태에까지 빠진다.

알츠하이머병은 평균 15년 정도 진행하면서 결국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아직 확실한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없다. 현재 살아 있는 뇌세포의 기능을 최대한 늘리고 기억력이 나빠지는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여러가지 재활요법과 약물이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방법들도 초기라야 효과가 있지 일단 병이 진행되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따라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고 남아 있는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성 치매

혈관성 치매란 작은 뇌혈관들이 막히는 뇌경색이 반복되어 뇌가 망가지면서 기억력을 비롯한 중요한 뇌기능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작은 중풍이 반복되어 뇌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병이다. 이 병의 주범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과음 등이다.

자신의 혈압을 아는가? 적어도 일년에 한번은 자신의 혈압을 정확하게 측정받는 것이 좋다. 일단 고혈압 진단을 받으면 혈압이 그리 높지 않거나 고혈압의 합병증이 없는 경우에는 6개월 동안 매달 혈압을 측정하면서 ‘비약물요법’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의 비약물요법은 음식을 싱겁게 먹고, 운동을 하고, 술을 줄이고, 체중을 잘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 등을 말한다. 다른 사람이 싱겁다고 할 정도로 음식을 먹고, 일주일에 3회·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고, 체중을 정상범위로 유지해야 한다. 술은 고혈압을 만들고 어떤 치료로도 혈압 조절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방해요인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의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절제하지 못한다면 알코올 중독자일 가능성이 높다.

비약물요법을 실천해도 혈압 조절이 안되거나 고혈압의 합병증이 있는 경우에는 지체없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을 처음 진단받고 약물요법이 필요한 사람에게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서 평생 약을 잘 복용하셔야 하겠네요.”라고 얘기하면 대부분 매우 실망한다. 병이 생겼다는데 빨리 고치지 못하고 평생 약을 먹으라고 하니 실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로는 이 방법밖에 없으니 어쩌겠는가? 고혈압은 ‘진단을 받더라도 완치할 수 있는 2차성 고혈압’의 비율이 5％에 불과하다. 고혈압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항고혈압제를 복용하지 않거나, 약을 복용해도 ‘복용하다 말다’를 반복하면 중풍이나 심장병, 혈관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당뇨병, 고지혈증도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다. 당뇨병은 식사를 조절하고 신체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다. 식사요법의 기준은 ‘자신의 활동량에 맞는 양을, 규칙적으로, 골고루 먹는 것’이 기본이다. 보통 식사를 할 때 밥은 잡곡밥으로 하고, 양은 두숟갈 정도 줄이고, 단백질 섭취는 약간 증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좋은 것은 영양사의 설명을 듣고 여러번 자신의 ‘식사일기’를 써서 영양사와 상의하면 가장 바람직한 식사방법을 배울 수 있다.

당뇨병을 가진 사람은 신체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특히 당뇨병을 조절하기 위한 운동은 식사 후 한시간이 지나기 전에 하는 것이 높아진 혈당을 빨리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식사 후 가만히 앉아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책을 보는 것은 금물이다. 식사 후에는 꼭 움직이는 습관을 갖으라. 운동은 한번에 30분 내지 45분 정도로 매일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사정상 매일 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일주일에 최소한 2회는 해야 한다. 운동의 종류는 빠르게 걷기·달리기·등산·줄넘기·수영·테니스·자전거 타기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좋다.

당뇨병을 조절하기 위해 약을 복용할 수 있다. 당뇨약은 혈당의 수준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고 식사와 운동에 있어 원칙을 지키며 복용하면 효과도 좋고 평생 복용해도 해롭지 않은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다.

고지혈증을 갖고 있는 경우에 식사요법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 이런 약은 그 어떤 보약보다 중요하고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뇌혈관의 위험도가 큰 경우에는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아스피린으로 인한 위장 출혈 부작용을 감안할 때 별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아무런 건강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도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심장질환이나 뇌경색의 예방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다. 아스피린 복용에 신중을 기하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과음 다섯가지가 혈관성 치매의 주범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관리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울증으로 인한 가짜 치매

우울증은 마치 자동차의 배터리가 나간 것처럼 뇌가 지치고 탈진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뇌가 지쳤기 때문에 온몸에 기운이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기분이 처져 있는 것이다. 지친 뇌는 더 이상 집중력을 발휘할 수도 없고 기억력을 제대로 가동시키지도 않는다. 그래서 노인의 우울증은 치매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해 보이거나 행동에 이상이 있으면 다음 두가지를 물어보라.

“지난 한달 동안 자주 기분이 처지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하고 있습니까?”

“지난 한달 동안 자주 일상적인 활동(친구 만나기, 텔레비전 보기 등)에 흥미나 즐거움이 없어져서 고민하고 있습니까?”

이 두가지 질문 중 한가지라도 “예”라고 대답하면 우울증이 의심된다. 우울증은 상담과 약물치료로 대부분 회복된다. 우울증이 호전됨에 따라 치매 증상도 호전되어 정상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래서 우울증은 가짜 치매라고도 부른다. 치매라고 모두 좌절하지 말고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타 치료될 수 있는 치매

흔하지는 않지만 각종 뇌의 감염병, 신경매독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이 뇌를 침범하는 경우 치매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치매의 원인이 된 감염병을 치료하면 치매가 호전될 수 있다.

또한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호르몬 이상에 의해서도 치매 증상이 생길 수 있고, 비타민B나 엽산과 같은 특정 영양소의 결핍으로도 치매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원인 질환의 치료로 치매를 호전시킬 수 있다. 때문에 치매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