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김선욱 기자］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최근 집 근처로 방을 얻어 이사시켜 드렸다.

개인 사정으로 집에서 모시지는 못해도 가까이 계시다는 생각에 안도했지만 시어머니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전화를 걸어 물건을 찾아달라고 하는가 하면 새벽에 길을 잃고 배회한 시어머니를 경찰서의 연락을 받고 찾아가는 일이 점점 늘어났다.

김씨는 “무슨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온종일 조마조마한 상태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며 “얼마 전에는 장을 보고 있다가 가스레인지를 켰는데 불이 나오지 않는다는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황급히 찾아가 가스가 가득 찬 집을 환기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저녁에 잠이 오지 않으시는지 전화를 하시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집안 살림과 어머니를 보살피는 일을 병행하기가 버거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 치매환자 44%, 치료관리 실태 파악 못해

치매환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 등 인프라 부족으로 환자의 가족들이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다.

인구주택 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589만명, 이 중 치매노인은 53만4000명으로 전체 노인의 10%에 달하며 2025년에는 103만3000명, 2050년에는 237만9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연간 총 진료비는 지난 2010년 8100억원으로 노인성 질환 중 두 번재로 높으며 1인당 진료비는 연간 310만원으로 5대 만성질환 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가 총 치매 비용은 2010년 기준 8조7000억원으로 1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18조9000억원, 2030년에는 38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연간 총 비용 역시 1851만원에 달하는데 이는 치매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계속해서 증가하며 중증치매환자의 연간 총 비용은 2341만원으로 치매환자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암, 심장질환, 뇌졸중 세 가지 질병을 모두 합한 비용보다도 많다.

치매환자에 대한 사회적비용과 총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치매환자 가족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정부는 2010년 기준으로 치매환자 중 절반에 가까운 44%, 20만7000명에 대해서는 치료를 받았는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저소득층 치매환자에게 지원되는 치료관리비는 월 3만원으로 턱 없는 수준이다.

◇ “관할 경찰서와 연계된 사회적 안전망 구축노력 활발해져야”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자에 한해서 이용할 수 있는 노인보호시설은 전국에 1320개소 뿐이다.

그나마 치매 환자만을 전문으로 보호하는 시설이 아니라 가족들의 불안함은 여전하며 민간시설이기 때문에 체계적 관리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7월30일 ‘국가치매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주간 보호가 가능한 기관을 매년 120개소씩 단계적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생활과 밀착된 보호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설상가상 방문요양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에 따라 30분당 본인부담금이 1600원, 야간에는 1920원이기 때문에 매번 이용하기는 어려우며 공휴일에는 야간 6000원이 넘는 본인부담금이 따른다.

또 치매환자의 상태에 대해 요양시설이나 의료기관에 전달해야 할 전달체계도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치매 전담인력이 확보된 치매상담센터는 129개소에 불과하며 전담인력은 417명, 서울을 제외하면 242명뿐이다.

부득이한 사유로 일시적으로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수급자는 일정기간 동안 단기로 시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특히 장기요양 등급판정 기준이 신체기능 중심으로 이뤄져 인지저하로 돌봄이 필요한 치매환자는 장기요양 혜택을 받기 곤란한 것이 현실이다.

치매가족협회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관할 경찰서나 소방서와 연계해 배회하는 치매노인에 대해 사회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선욱 기자(tjsdnr821@mdtoday.co.kr)

기사 원문 - http://www.mdtoday.co.kr/mdtoday/index.html?no=197835 , 메디컬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