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국가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퇴행성 뇌신경질환인 치매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뇌가 점차 손상돼 인지·행동·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치매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삶의 질까지 앗아간다. 치매 환자에게 들어가는 직간접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치매 완치법은 없다. 병이 진행되는 것을 늦추는 게 최선이다. 세계 의학계는 치매가 발병하기 수십 년 전에 발견해 발병 시점을 늦추거나 조기에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특히 MRI(자기공명영상촬영), CT(컴퓨터단층촬영), PET(자기공명영상촬영) 같은 영상장비를 이용한 진단 분야 연구가 활발하다.

한림대의료원이 지난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5회 한림-웁살라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한림대성심병원에서 개최했다. 주제는 ‘영상의학 분야에서의 발전: 기초에서 임상까지’. 이 심포지엄에 연자로 나선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아그니아타 노베리 교수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핵의학과 한유미 교수가 치매의 조기 진단과 향후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윤종률 교수=우리나라의 노인인구 증가속도는 세계서 가장 빠르다. 1, 2차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는 20~30년 후면 세계 제일의 고령국가가 된다. 동시에 치매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유미 교수=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2008년 8.4%로 42만1000여 명이다. 2012년엔 9.1%, 2020년 9.8%, 2050년 13.2%(약 237만9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그니아티 노베리 교수=이미 고령국가인 스웨덴에서도 치매는 골칫거리다. 65세 미만의 치매환자 유병률은 약 1%다. 하지만 80세에 이르면 20%로 급증한다. 이 때문에 스웨덴에선 젊은 치매 환자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관심이 높다.

　▶한=치매의 심각성은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직간접 비용이 천문학적이어서 경제적 부담이 크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총 치매비용은 2010년 약 48조원에서 2030년 113조원, 2050년 1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윤=치매는 원인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이 중 나이가 들면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이 축적돼 뇌세포를 파괴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70%를 차지한다. 이어 뇌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줄어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가 약 25%다. 나머지는 파키슨병·약물·알코올·뇌종양·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나타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조기진단과 치료법을 찾으면 대부분 치매를 극복할 수 있는 셈이다.

　▶노베리=치매 진단법은 문진·간이치매검사·혈액검사·척수검사 등 다양하다. 최근 영상의학이 발전하며 MRI·CT·PET를 이용해 치매의 종류를 구분하고 적절한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특히 치매가 발병하기 전 예비 환자를 찾아내는 데까지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한= MRI와 CT는 뇌의 부피 변화를 관찰해 치매 여부를 진단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의 옆 부분인 측두엽과 측두엽의 바로 윗부분인 두정엽의 세포가 손상돼 이 부위의 부피가 줄어든다. 최근 치매의 영상진단에 많이 활용되는 것은 PET다. 포도당 성분 같은 물질을 혈관에 투여, 이 물질이 혈액을 타고 뇌에 도달한 후 반응을 관찰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판단한다. 건강한 뇌와 비교해 베타 아밀로이드의 침착으로 손상된 뇌 부위의 색이 다르게 나타난다.

　▶노베리=PET로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 여부를 확인하면 치매 발병 약 10년 전부터 예측할 수 있다. 최근 (우리 팀에서) 이보다 더 앞서 20년 전부터 치매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진단법 ‘DED PET’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윤=진일보한 연구다. 완치제가 없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베리=DED PET는 포도당 대신 DED라는 방사선의약품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2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미세하게 축적되기 시작할 때 뇌에 염증세포(성상세포)가 만들어져 염증이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많이 축적돼 치매가 발병하면 염증세포는 사라졌다. DED PET가 치매 예비 환자 진단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앞으로 DED PET가 상용화되면 치매 발병의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근본적인 치매 치료제도 개발될 것이다. 치매 전문가들은 치매 위험에서 벗어나고, 증상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꾸준한 운동·금연·금주·사회활동 등을 추천한다.

　▶노베리=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 최장수 기록이 있는 프랑스의 126세 여성은 눈도 잘 보이지 않고, 근력도 없었다. 하지만 인지 기능만큼은 아주 좋았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호기심이 많고, 인생을 즐긴 게 비결이었다.

기사원문 -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2/09/24/9024984.html?cloc=olink|article|default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