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멀쩡하던 치매환자 밤만 되면.."

치매환자 '일몰 후 증후군'에 가족들 '냉가슴'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지난 2일 오후 6시 서울 중랑구에 있는 서울시립북부병원 3층 병동. 병상에 누워있던 치매환자 신모(70)씨가 벌떡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본격적으로 활동할 시간이 된 것이다. 그는 “나는 나이가 95살이다.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왔다”면서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신모(55)씨는 “망상과 의심병이 있는 이 환자는 자정이 지나면 갑자기 침대 밑에 들어가 아기 목소리를 내면서 기도를 한다”면서 “말릴 수도 없어 그냥 지켜만 본다”고 말했다.

치매환자는 저녁에 증상이 심해지면서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이를 ‘일몰후 증후군’이라고 한다. 낮에는 멀쩡하던 환자가 밤만 되면 난폭하게 변해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집을 나가 배회하는 등 이상 행동을 한다. 김종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치매환자는 감각이 예민해 어두워지는 밤에 증상이 심해진다”면서 “가구 배치만 다시 해도 환자에게서 반응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치매환자의 야행성은 가족을 더 힘들게 한다. 데이케어센터나 재가서비스 등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낮과 달리 밤은 온전히 가족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낮에는 생업과의 전쟁을 벌였다면 밤에는 치매부모나 배우자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대상이 되는지 확인하러 온 건강보험공단 직원 앞에서 너무나 멀쩡한 모습을 보여 가족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밤에는 본인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했다가 낮에는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까지 정확하게 말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당황한 가족들이 증상이 심한 야간에 활동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보여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치매환자는 간병인에게도 기피대상이다. 간병인협회 관계자는 “치매환자는 24시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돌보기 힘들다”면서 “간병료를 더 주지 않는 이상 왠만해선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중증 치매노인 일부만 케어하는 상황에서 치매환자에 대해 손 쓸 방도가 없는 가정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치매노인에 대한 돌봄서비스 체계를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원문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DA45&newsid=01469446599722768&DCD=A01609&OutLnkChk=Y ,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