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남편이 치매아내 돌보는 현실"

노인 치매가구 부양부담 가중...독거노인 '사각지대'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서울 중랑구의 한 병원 진료대기실 최모(82, 남)씨와 이모(81, 여)가 진료를 기다리며 나란히 앉아있다. 60여 년을 함께 부부로 살아온 이들은 모두 치매를 앓고 있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탓에 치매증상이 덜한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돌본다. 이 병원 관계자는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데리고 늘 병원에 다녔다”면서 “하지만 얼마 전부터 할아버지도 치매 증상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부부 모두가 치매를 앓는 모습은 낯설어 보인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노인가구가 늘면서 점차 늘고 있는 현상이다. 중랑구 치매지원센터 관계자는 “고령 가구가 늘어나다 보니 부부뿐 아니라 모녀 혹은 부녀가 모두 치매를 앓기도 한다”면서 “자녀의 도움 혹은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증상이 덜할 사람이 부양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인가구 중 한명만 치매를 앓아도 부양부담을 노인 혼자 감당하기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가구는 308만7000가구에 이른다. 가족이 달라붙어도 힘든 부양부담을 혼자 지다보니 온갖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치매로까지 이어진다.

돌봐줄 사람이 아예 없는 독거노인(2010년 102만명)이 치매에 걸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스스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증상이 심해지면 의식주 해결까지 힘들어진다. 서울시 등에서는 독거노인 현황을 파악해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서울의 한 데이케어센터(치매노인 주간보호소) 관계자는 “치매가 심한 독거노인은 요양보호사가 오전에 방문해 아침과 점심, 그리고 약을 챙겨주고 온다”면서 “그러면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은 다음 날 아침까지 굶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인가구의 치매에 대한 부양 부담은 자살과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최근 70대 노인이 치매에 걸린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사건도 부양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였다. 일본에서는 이미 80년대부터 치매자살, 치매살인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성희 치매가족협회장은 “우리나라도 부양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자식에게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해 노인부부가 동반자살하는 사건도 적지 않다”면서 “노인요양보험이 더 많은 국민을 포용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원문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DA45&newsid=02358326599723096&DCD=A01609&OutLnkChk=Y,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