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이란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 지방성분 물질이 혈액 내에 필요 이상으로 많이 존재하는 상태를 이른다. 최근에는 비정상적인 혈액 내 지질 상태를 이상지질혈증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건 혈관 내에 과도하게 많은 지방은 벽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고 그 결과 각종 심혈관계 질환을 낳는다.

고지혈증은 초기 증상이 없어 ‘침묵의 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에선 합병증이 발생해 상태의 심각성을 사전에 예고해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혈액 내에 중성지방이 크게 증가하면 복통을 동반한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어떤 환자는 아킬레스건에 콜레스테롤 등 지질 침착에 따른 황색종이 생길 수 있으며, 눈꺼풀에 황색판종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고지혈증이 위험한 것은 동맥경화로 대표되는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동맥경화는 혈관 벽에 들러붙은 노폐물 덩어리가 파열되며 만들어진 혈전(피떡)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증세를 말하며 뇌졸중, 급성심근경색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을 동반한다.

특히 이 같은 심혈관계 질환은 추운 날씨에 많이 발생한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에는 몸이 움츠러들고 교감신경 기능이 항진되는데 이로 말미암아 말초동맥이 수축하고 혈관저항이 증가하며 혈압이 상승, 심장과 혈관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또 고지혈증은 치매도 유발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의 약 50∼60%가 혈관성치매로 혈관성치매의 주 원인이 바로 동맥경화다. 고지혈증은 성기능 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다. 성기로의 혈류가 증가할 때 발기가 되기 마련인데 동맥경화로 인해 성기로의 혈류가 원활하지 못하면 성기능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고지혈증은 서구식 식습관과 과음, 흡연, 운동 부족 등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같은 후천적 요인 외에 일부에서는 선천적, 유전적으로 지질대사에 이상이 생겨 고지혈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질병의 정도가 더 심하고 치료도 어렵다. 따라서 전문의의 조언을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한국에서 고지혈증에 의한 동맥경화 발병률의 남녀 비율을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더 높다. 이는 남성의 경우 외식 빈도가 높아 고지방 음식을 섭취할 기회가 더 많고, 흡연율도 높으며 사회생활에 따르는 스트레스가 더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지혈증 치료제로는 스타틴 계열 약품이 많이 쓰이고 있다. 스타틴은 대사과정에 개입해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막는 약물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콜레스테롤 강하제다. 다만 매우 소수의 환자에서 근육 융해가 일어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잘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지혈증 개선을 위해 최근 혈액정화 요법이 활발히 소개되고 있는데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치료 방법은 아니다. 꾸준한 식이요법과 약물치료가 아직은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이다.

특히 고지혈증 개선을 위해선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음주를 줄이며 운동을 많이 하는 등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 박성훈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기사원문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12101033243011002,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