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내를 돌봐오던 할아버지가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일이 벌어진 지 2개월 만에 비슷한 일이 되풀이됐다. 이번엔 치매 증세 남편을 돌보던 할머니가 남편을 죽이려다 미수에 그쳤다. 몇 년 전 치매를 앓던 노모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아들 이야기도 언론에 보도됐다. 도대체 '치매'란 병이 무엇이기에 이 같은 일이 반복될까.

이 사건들에 대한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두 가지 공통적인 사실이 있다. 우선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평소엔 아내나 남편, 어머니를 남들 못지않게 아끼고 보살폈다는 점이다. 둘째는 사건이 벌어지기 상당 기간 전부터 난폭한 행동이나 심한 욕설 등 치매 환자의 문제 행동이 크게 악화됐다는 사실이다. 하루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가족이 몇 달에서 수년까지 반복적으로 이런 문제 행동을 한다면 견디기 쉽지 않을 것이다. 주변 도움이 없다면 절망적인 느낌은 더 클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 고통은 이해해야 한다.

치매 환자가 보이는 증상은 크게 '인지장애 증상'과 '정신행동 증상'으로 구분된다. '인지장애 증상'은 기억력과 같은 지적 능력이 저하되는 것이고, '정신행동 증상'은 난폭한 행동, 욕설, 수면 장애, 우울증, 불안, 배회행동 등이 포함된다. 치매라고 하면 흔히 기억력 문제를 떠올리지만 정작 가족이 고통스러운 건 정신행동 증상 탓이다. 가족이 요양시설에 환자를 맡길지 고민하거나, 살인·자살 같은 극단적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도 정신행동 증상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치매를 치료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부 맞는 말이다. 가장 많은 치매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에서 인지장애 증상을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 현재 병원에서 처방되는 치료 약물은 인지장애 증상 악화를 지연시키지만, 원래 지적 상태로 되돌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정신행동 증상만은 약물치료 등 적절한 치료로 상당히 호전될 수 있다. 앞서 언급됐던 치매 환자들이 정신행동 증상에 대해 더 적극적인 치료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가족이 혼자 절망감에 괴로워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좀 더 잘 갖춰져 있었다면 극단적인 사건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매일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만나는 의사로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얘기다. 치매 증상 중 정신행동 증상은 분명히 치료가 가능하다.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08/2013010802203.html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