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구의 한 야산에서 치매를 앓고 있던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실종된 지 한달 만이라니 얼마나 길을 헤매다가 산 속까지 들어갔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A씨는 치매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일상생활수행능력장애 중 길 찾기 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치매에 걸리면 평소 익숙한 길도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고 방향을 잃게 된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일상생활수행능력’이라 한다. 이것은 치매 진단 여부를 결정하고 증상의 경중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다. 다른 활동에는 문제가 없는데 집안의 기구나 기계를 다루는 게 어색하거나, 전화기 사용을 못 하거나, 약속시간이나 장소를 헷갈리는 경우를 이 장애로 본다.

보통 일상생활수행능력은 쉽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장애를 보일 경우 건망증으로 치부하거나 단순한 노화증상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는 치매 초기에도 나타나며 기억력장애나 이상행동증상 없이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된다.

▲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

치매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일찍 병을 발견하고 치료 받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일상생활수행능력의 감퇴를 일찍 발견하고 대처를 하면 중증으로 진행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치매를 초기에 치료하면 인지기능과 함께 일상생활수행능력도 상당히 개선된다. 최근에는 몸에 부착하는 패치형 약도 있어 치매 환자는 물론 보호자도 보다 편리해졌다.

치매 증상을 제일 먼저 발견하는 것은 보통 환자의 가족인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는 평소와 다른 모습만으로도 발견할 수 있다. ‘혹시나’하는 의심이 ‘역시나’로 발전되면 이미 늦다.

 

 

 

기사원문 - http://www.fnn.co.kr/content.asp?aid=ca5f68f5966649e68ce3f6ee21d744bd, 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