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을 예방하고 기억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발한 휴대용 자동카메라가 각종 치매(dementia)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23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가 개발한 `센스캠(SenseCam)`카메라를 연구원들은 치매 환자의 목에 부착한 후 매 30초 간격으로 광도와 체온 또는 신체 움직임에 변화가 감지될 때마다 자동으로 촬영하도록 설정했다.

참고로 센스캠은 어안렌즈와 센서가 내장됐으며, 매순간 찍은 영상을 인간의 뇌가 기억하는 프로세스로 저장할 수 있다. 또한 약 15일 분에 해당하는 3만장까지 영상을 저장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뇌의 기억 프로세스에 문제가 생긴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피실험자들은 저장된 영상을 고속으로 다시 보면서 예전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고, 건망증이 심한 사람 또한 저장된 영상을 통해 촬영 당시 상황과 관련된 감정을 연상할 수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몇 시간 며칠 전에 발생했던 일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심각한 기억상실증 환자 몇 명을 실험한 결과 자신의 이전 기억을 회복하는 사례를 연구팀은 확인했다.

케임브리지 대학 애든브루크 병원의 임상신경정신과전문의 엠마 베리 박사는 2002년 희귀한 뇌감염질환인 변연계뇌염으로 지난 일을 며칠이면 잊어버리는 66세의 기억상실증 여성을 대상으로 이 카메라를 실험해 보았다.2주 동안 이틀에 한 번 씩 극장가고 남편과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중요한 장면들을 다시 보여준 결과 이러한 중요한 경험들은 환자 기억에 몇 달 정도 남아있었다.

베리 박사는 환자들의 기억 촉진 매커니즘이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환자가 촬영 영상을 자주 봄으로써 기계적으로 습득한 기억이 아니라 본인의 능력으로 기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실험의 자세한 내용은 의학전문지 `신경학-신경외과학-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 with Practical Neurology)` 최신호에 실릴 예정이다.

[김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