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치매학회, 지침 마련… 너무 보호·간섭하면 되레 역작용

치매는 고령사회의 재앙인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06년 10만5337명이던 치매 진료환자가 2011년 31만2077명으로 크게 늘었다. 65세 이상이 92.6%다. 85세 이상의 경우 같은 기간에 1만7165명에서 7만4983명으로 4.37배 늘었다. 대한치매학회 조사에 따르면 치매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장애는 환자의 문제뿐 아니라 보호자의 간병 시간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에 따른 건강 악화까지 초래하는 등 어떤 질병보다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2011년 치매환자가 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며 일상생활 수행능력 유지를 위해 가족이 함께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자신을 돌보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일상생활(신체적)과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복합적인 일상생활(도구적)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말한다. 금년 설에는 가족이 함께 치매학회가 제시한 수행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일상생활지침’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구체적인 일상생활지침 자료는 관련 병원(신경과)이나 치매지원센터, 보건소, 학회 홈페이지(www.dementia.or.kr)에서 구할 수 있다. 이 지침은 증상에 따라 치매가 의심되는 0.5단계부터 초기 치매인 1단계, 중등도 치매인 2단계, 중증 치매인 3단계와 4단계 등 총 다섯 단계로 나눠 항목별로 구성됐다. 각 단계별 지침은 치매 환자나 보호자가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실제 생활에서 확인이 가능한 항목을 나열했다. 증상의 단계는 자가진단보다는 전문의 진료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매학회 한일우 이사장은 “초기 치매환자의 경우 가족들이 실수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환자가 스스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것을 저지하는 사례가 많다”며 “그렇게 하면 일상생활 수행능력 저하가 더 빠른 속도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지침에도 있듯이 간단한 요리, 집안일, 은행일 등 익숙한 일은 환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학회가 지난해 전국 노인임상시험연구센터(CREDOS)의 주요 치매클리닉에서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진단받은 7600여명을 대상으로 ‘치매환자에서 단계별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차이’를 조사한 결과, 치매 의심 단계부터 심각한 장애를 보이는 항목이 있으며 증상의 악화에 따라 대부분의 일상생활능력 장애 정도가 심각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억력에 관계된 소지품 관리하기, 최근 있었던 일 기억하기, 약속과 모임 지키기와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필요한 여가 활동하기 항목은 치매 의심단계부터 급격한 장애를 보였다. 몸 단장 및 치장, 문 단속하기, 근거리 외출 등은 치매 의심단계에서 비교적 장애가 적은 것과 대조적이다. 초기 치매단계로 넘어가면 전화기 사용, 가전제품 사용, 자기 돈 관리하기, 약 챙겨먹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음식 요리하기, 집안일 하기 등의 장애가 심해진다. 중등도 치매로 넘어가면 치매 의심단계에서는 비교적 장애가 적었던 몸 단장 및 치장하기, 문 단속하기, 근거리 외출의 장애가 두드러지게 심해졌다.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저하는 치매 진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신경과 정지향 교수(치매학회 교육이사)는 “일상생활수행능력 중 기억력과 사회성 연관된 항목이 치매의심환자에서 먼저 장애를 보이고, 이후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돌보는 몸 단장 및 치장능력이 중증 단계로 넘어가면서 악화되어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승현 교수는 “치매의심 환자라도 사소한 변화를 조기에 발견해 일상생활 증진훈련을 통해 증상의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치매학회 홍보이사 박기형 교수(가천대 길병원 신경과)는 “그 동안 여러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상생활지침은 치매 취약계층을 포함하여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쉽게 실천이 가능하고 의료진이 실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기사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231918445&code=900303,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