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경기도 성남 국립중앙치매센터에서 만난 김기웅 센터장은 “치매환자가 가족의 희생이 없이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립중앙치매센터가 지향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치매관리법이 2011년 8월 제정돼 2012년 2월부터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치매를 국가가 법률로 만들어 관리하는 나라가 됐다. 김기웅 센터장은 그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치매관리법을 정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북미 선진국들에 비해서 고령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를 거쳐 초고령사회가 되는 데 보통 유럽 나라들은 100~150년 걸렸다. 우리나라는 4~5배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고령화의 그늘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세계가 똑같이 맞닥뜨린 대표적인 문제가 치매다. 100~150년이 걸리면 민간에서 적응해가며 대비를 할 여유가 있는데, 우리는 그런 여유가 없다. 그래서 외국의 사례도 잘 보고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면서 단기간에 조직적인 시스템을 만들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치매관리법은 5년 단위로 국가가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1년 단위로 그 종합계획에 근거해서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투입하고 계획의 성과를 보고하게 돼 있다.

“국가에서 이런 종합 관리 계획을 수립하려면 우선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그런 싱크탱크의 역할을 하는 헤드쿼터로 중앙치매센터를 설치했다.”

국립중앙치매센터는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670번지, 판교테크노밸리로 불리는 곳에 있다. 국립중앙치매센터는 U스페이스 건물 3층에 방 4개를 빌려 쓰는데, 제일 큰방은 콜센터로 사용한다. 치매상담콜센터 전화번호는 1899-9988. ‘18세의 기억을 99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사세요’라는 설명이 되어 있다. 한번만 보면 누구라도 잊어버릴 수 없는 전화번호다.

국립중앙치매센터는 센터장 포함 총인원이 56명. 센터장 밑에 부센터장이 있고, 사업팀과 상담팀이 있다. 상담팀은 다시 정보상담과 돌봄상담 파트로 나뉜다.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로 전화하면 바로 상담팀과 연결된다. 콜센터 총원은 36명. 현재는 34명이 근무하고 있다. 국립중앙치매센터의 연간 예산은 35억원.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순수 사업비, 연구비로 쓰이는 예산은 20억원 정도라고 한다.

1964년생인 김 센터장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전문의 수련과정을 마쳤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노인정신의학 전임의를 거쳐 경기도립노인전문병원 개원준비단·진료부장을 역임했다. 2002년 9월, 서울대병원으로 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개원준비단으로 일했고, 2003년에 개원한 이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로 일해 왔다. 그는 동시에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로 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국립중앙치매센터의 헤드쿼터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기획을 하는 게 가장 주된 기능이다. 치매 관련 정책이나 서비스, 제도를 기획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획을 집행하려면 인력, 인프라, 시설 등이 필요하다. 그런 인력을 교육한다든지 교육자료를 만든다든지 민간에서 시설을 만들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것 등이 두 번째 임무이다. 셋째는 기획이 예산낭비 없이 적합하게 진행되도록 연구 기능이 필요하다.”

국립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나라’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되어 있다. 김 센터장에게 이 뜻을 물었다.

“치매는 모든 기능이 없어지는 병이 아니다. 그러나 없어지는 기능 하나하나가 독립적 생활을 하기에는 상당히 불편을 초래한다. 그 부분들을 가족들이 대신하면 굉장히 고통스럽다. 그래서 가족이 희생하지 않더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뜻이다. 장애는 있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센터의 활동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대학생 파트너’가 희망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치매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치매환자가 생기면 전체 치매환자를 돌보는 분들의 50%가 자녀이다. 2008년 전국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40%가 배우자가 돌보고 있다. 요양시설에 들어간 것은 10% 정도다. 환자는 노인층에서 발생하지만 부양을 체험하는 상당수는 청장년층이다.

대학가에서 요즘은 농촌봉사활동이 거의 없어졌고, 의대생의 경우 무의촌 봉사도 거의 없어졌다. 김 센터장의 말이다.

“지금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주역이 됐을 때 어떤 사회계층을 염두에 두고 봉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약간 아노미 상태에 있다. 저는 그 대상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층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력이 낮은 독거노인층에 대한 대학생들의 사회봉사의식이 물꼬를 트기를 희망한다. 그게 미래의 고령사회에 대비해 대학생들이 준비할 수 있는 봉사 학습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60세 이상이면, 전국 보건소나 지역치매센터에서 무료로 치매 검진을 받을 수가 있다. 무료검진에서 이상이 나오면 무료로 정밀 검사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사받을 수 있는 보건소가 250여개밖에 되지 않는다. 접근성이 낮은 농촌이나 산간의 독거노인 같은 분들은 계속 조기검진을 받을 기회가 없다. 그래서 기존의 공적 인프라로는 한계가 있다. 김 센터장은 “여기서 교육받은 대학생 파트너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치매센터는 보건소에 가서 조기 검진을 받아보면 좋을 분들을 한 단계 선별하는 앱을 개발했다. 교육을 받은 대학생들이 스마트폰에 이 앱을 깔고 노인들을 찾아 봉사하는 게 ‘대학생 파트너’다. 여기서 이상이 나오면 대학생 파트너는 보건소에서 조기 검진을 꼭 받아보도록 권한다. 가능하면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보건소에서 조기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동행해서 조기검진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층들이 접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치매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부모가 길을 잃어버리고 집을 찾아오지 못할 때가 가장 절망적이라고 한다. 2013년 실종자로 신고된 치매환자 건수는 7000건. 홈페이지는 ‘실종자 찾기’와 ‘실종자 신고하기’가 있다.

“전국 단위로 인식표 보급사업을 하고 있다. 보건소나 지역치매센터에 가서 ‘부모님이 치매진단을 받아 인식표를 받고 싶다’고 하면 거기서 등록할 수 있다. 그럼 보건소에서 국립중앙치매센터로 신청을 하게 된다. 저희가 이제 그분들에게 세탁을 해도 떨어지지 않는 패드를 한 사람당 80장씩 발급한다. 그 번호만 찍으면 어디에 있든지 알 수 있도록 빨리 복귀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7000건이 전체 실종자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실종된 분 중에 신고한 분들만 통계가 잡히니까. 빨리 복귀가 된다든지 신고를 안 하기도 하기 때문에 전체 실종자 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End_mark]

기사원문 -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292100019&ctcd=C02, 주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