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밥을 챙겨먹고 대화하며 산책하는 평범한 일상생활이 중증 치매를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대한치매학회가 치매의 조기 치료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일상예찬’을 주제로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이달 초엔 치매환자와 가족이 함께 어울려 봄나들이도 했다. 대한치매학회 김상윤(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사진) 신임 이사장은 “치매는 부끄럽다고 숨길수록 치료가 어려워진다”며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일상에서의 즐거운 자극이 뇌세포의 파괴를 막는 또다른 예방법이라는 것이다.

　어느 병이나 그렇듯 치매 역시 한번 증상이 나빠지면 되돌리기 힘들다. 치매는 뇌 인지기능이 떨어져 스스로 어떤 일을 하기 힘들어지는 병이다.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한다. 외출을 했다가 길을 잃고 집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김 이사장은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떨어져 마치 아기가 된 것처럼 변한다”고 말했다.

　병이 진행되면 뇌세포가 망가져 혼자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지 못한다. 더 심해지면 칫솔질, 세수, 머리 감기, 옷 갈아입기 같은 단순한 생활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 김 이사장은 “간병하는 가족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이 상당히 커진다”며 “이럴 때 남아 있는 뇌세포를 자극하면 중증으로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학회가 ‘일상예찬’을 주제로 꾸준히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유다.

　치매학회는 이달 초 환자와 가족을 초청해 에버랜드에서 봄소풍을 즐겼다. 그리고 국회 귀빈식당을 통째로 빌려 식사도 함께 했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판단에서다.

　치매에 대한 치료·관리 정보를 공유하는 건강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치매환자는 작은 환경 변화에 예민하다. 가구 위치가 바뀌거나 벽지를 새로 도배해도 낯설게 느껴 증상이 더 나빠지는 식이다. 이럴 땐 평소 아끼는 물건·담요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김 이사장은 “학회에서 치매 치료·관리 방법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치매를 남에게 알리기 싫다거나 노화로 생각해 방치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예쁜 치매·나쁜 치매가 따로 있지 않다. 잘 관리하면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치매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진단법을 개발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혈당이 높으면 당뇨병이 심해지듯 치매는 혈관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여 뇌를 망가뜨린다”며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진단 도구가 개발된다면 신약 개발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의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 신약 개발은 물론 예방·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 측정 기술은 세계적으로 한국이 가장 앞서 있다.

　김 이사장은 “이르면 5년 이내에 베타아밀로이드 측정 기술이 완성된다”며 “치매도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하는 만성질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기사원문 -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06/02/14423372.html?cloc=olink|article|default,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