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암보다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질병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치매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2010년 8조7000억원에서 2050년 135조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가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계속 늘고 있다.

요즘에는 비교적 젊은층에서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 2618명이던 40, 50대 치매환자는 2012년 4185명으로 약 60% 증가했다. 초로기 치매는 대개 유전적 요인과 함께 음주·흡연·스트레스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생 2막을 위협하는 초로기 치매는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초로기 치매는 노인 치매보다 공격적·충동적이다. 기억장애와 함께 평소에 다니던 길을 갑자기 찾지 못하거나 숫자 개념이 떨어지는 등 인지 기능도 떨어진다. 하지만 초로기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는 낮은 상황이다. 대부분 단순한 건망증으로 치부해 치매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초로기 치매 환자나 가족이 겪는 고통 역시 심각하다. 초로기 치매는 질병 진행 속도가 빠르다. 일찍 발병하고 빨리 나빠져 치매를 앓는 기간이 그만큼 길다. 노인 치매보다 더 오랜 기간 환자 곁에서 보살펴줘야 해 치료·간병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환자 역시 가족에 ‘짐이 된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실제 최근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치매를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초로기 치매는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이미 증상이 나타났다면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한다. 치매는 기억력·인지력을 관장하는 대뇌에 아세틸콜린 농도가 떨어져 나타난다. 최근에는 아세틸콜린 분해를 억제해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도네페질 성분 치료제가 개발돼 활용하고 있다. 이런 치료제는 치매 초기에 사용해야 최대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증 치매로 악화하는 것을 늦출 수 있다.

　생활습관도 개선한다. 약으로 얻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면서 뇌를 자극한다. 또 주변 사람과 대화하면서 대인관계를 유지하면 치매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음주·흡연도 삼간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80세를 넘어섰다. 중년기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삶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 이런 시기에 초로기 치매로 진단받으면 완치가 불가능하다며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는 조기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상당한 정도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치매도 ‘이길 수 있는 질병’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건국대 충주병원 문석우 교수(정신건강의학과)

기사원문 -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10/13/15660900.html?cloc=olink|article|default,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