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가 계속 늘면서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승용차를 직접 몰고 다니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심지어 택시나 버스를 운전하는 고령층 운전기사도 늘고 있는 추센데요, 이에 따른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보다 노령화가 빨리 진행된 일본에서는 노인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가 늘어, 만 75세 이상 운전자들에 대해서는 치매 검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는데요.

먼저 이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일본, 75세 이상 운전자 '치매검사']

왼쪽으로 커브길을 도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역주행 차량,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아, 정말 뭐 하는 거야!""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고속도로에서의 역주행은 대형 참사로 이어집니다.

이런 사고의 70%는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일으켰고, 그 중 40%는 치매가 의심되는 노인이었습니다.

◀ 고령 운전자 ▶
"표지판이 갑자기 나타나면 젊을 때는 곧 이해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고령운전자에 대해 면허 반납을 유도해왔지만 별 효과가 없자 일본 정부가 치매 검사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놨습니다.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한 인지능력 검사에서 치매 기미가 드러나면 특별한 위반이 없더라도 의사의 진단을 거쳐 면허를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적성검사를 강화하고 특별교육도 해봤지만 사고 증가를 막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앵커 ▶

네. 이번엔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볼까요?

한국에서는 만 65세 이상인 운전자가 지난 10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김대호 아나운서, 어떤 내용인지, 이 내용부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만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지난 2001년, 36만 여명이었던 고령 운전자, 10년 만인 지난 2011년, 145만여 명으로 세 배 정도 늘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엔 186만 9천여 명으로, 해마다 수십 만 명씩 늘고 있는 상황인데요,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중 노인 운전자는 약 7%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택시나 버스처럼 사업용 차량을 모는 고령 운전자도 많은데요.

작년 2월을 기준으로, 서울시에서만 택시나 버스, 화물차를 모는 만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가 2만 4천여 명으로 집계됐고요.

80대 이상 운전자도 122명 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택시 기사가 만 8천 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개인택시나 모범택시에 고령운전자가 많아 전체 비율이 2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 앵커 ▶

연세 드신 분들은 일반적으로 천천히, 안전하게 운전하시죠.

실제로도 운전자가 고령이라고 해서 교통사고 발생률이 더 올라가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 운전자가 많아지면서 사고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관련 보도내용 함께 보겠습니다.

◀ 앵커 ▶

[운전경력 30년 베테랑의 교통사고]

서울 청담동의 한 골목길을 지나던 승용차가 우회전을 하다 앞차를 들이받은 뒤 인도를 덮쳐 보행자를 쳤습니다.

사고차의 운전자는 올해 76살의 이 모 씨.

운전경력이 30년 넘었지만, 앞서가던 차를 뒤늦게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게 엑셀레이터를 밟아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 선강승/목격자 ▶
"한번 쳐서 행인이 넘어졌는데, 계속 브레이크를 못 찾고 엑셀을 밟아서 넘어져 있는 행인을 계속 밟았습니다."

['고령운전' 사고 급증]

모범택시가 신라호텔 현관을 들이받아 3명이 다친 사고현장입니다.

82세의 운전사는 급발진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조사결과,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은 없었습니다.

시내버스가 횡단보도를 지나는 순간, 무단횡단하던 보행자 2명이 나타나지만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치면서 모두 숨졌습니다.

이 버스를 몰던 운전사 나이는 70살.

운전사 권 모 씨는 경찰 조사에서 보행자를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노인들 타고 가던 SUV 차량 전복]

SUV 차량 한 대가 심하게 찌그러진 채 뒤집혀 있고, 소방대원들이 용접기를 이용해 차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합니다.

서울 독산동의 주택가 도로에서 SUV 차량이 도로 아래 놀이터로 굴러 떨어지며 뒤집혔습니다.

이 사고로 운전자 72살 박 모 씨를 비롯해 60대와 80대 동승자 등 3명이 숨지고 함께 타고 있던 3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 앵커 ▶

지금 노인 운전자가 연루된 사고 살펴봤는데요.

이런 사고가 잇따르면서 인명 피해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김대호 아나운서, 노인 운전자가 관련된 교통 사고, 얼마나 늘었는지 설명해 주시죠.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지난 2009년 이후, 교통사고 통계를 살펴봤는데요.

전체 교통사고 건수, 지난 2009년 23만 건에서 2013년엔 21만 건으로 7%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사망자 역시 5천 8백 명에서 5천 명 정도로 감소했는데요.

그런데, 이와는 감소 추세와 반대로,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가 가해자나 사고 유발자, 또는 피해자로 연루된 교통사고는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만 2천여 건에서 만 7천여 건으로 50% 가까이 늘었는데요.

또 노인 운전자가 연루된 교통사고의 사망자도 585명에서 737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전체 교통사고의 사망자수가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인 것을 알 수가 있는데요.

노인 운전과 관련해 좀 우려스러운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인하대병원에서 30여 개 노인성 치매 연구 센터에 등록된 환자 4천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치매 진단을 받고도 1년간 운전을 계속한 환자가 55%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일흔 살 미만의 남성 고학력 집단에서 이 비율이 높았다고 하는데요,

앞서 일본에서는 75세 운전자들의 치매검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남의 나랏일로
흘려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앵커 ▶

고령 운전자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 신체 반응 속도가 떨어져서 운전 중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운전자 연령에 따른 운전능력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상황별 대처능력을 비교해봤는데요.

고속도로에서 90km로 앞서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섰을 때.

60미터 뒤따라가던 6~70대 운전자는 차를 세우지 못하고 그대로 추돌합니다.

같은 상황에서 30대는 가까스로 충돌을 피했고, 20대는 여유 있게 앞차를 피해 차를 세웁니다.

이번엔 추월능력 비교.

과감하게 끼어드는 20~30대와 달리 60~70대 운전자는 몇 번을 망설이다 추월에 실패합니다.

고령 운전자의 경우, 비보호 좌회전을 할 때 젊은 운전자들보다 대략 40%의 시간이 더 소요된 것으로 측정됐고.

자동차를 추월할 때도 역시 40%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운전을 할 때 시야를 보면, 젊은 운전자는 사방 경계가 활발해 더 넓은 반면, 고령 운전자는 주로 한 곳만 주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 ▶

고령자가 운전할 경우, 이처럼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사고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료를 통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은,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앞서 살펴 봤던 치매검사를 실시하는 것 외에도, 차량에 '고령 운전자'라는 표시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고 있고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도록 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주마다 다르지만, 고령자에 대해서는 1년부터 5년까지 면허 갱신 기간을 단축합니다.

또 주행시험이나 시력검사도 받아야 합니다.

다음은 호주인데요.

호주에선 80세가 넘는 운전자는 해마다 시력과 청력 등의 검사결과가 담긴 의료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뉴질랜드의 경우, 80세가 되면 운전면허가 자동으로 말소되는데, 이를 연장하고 싶으면 2년마다 의사진단서를 제출하고 주행시험도 치러야 된다고 합니다.

◀ 앵커 ▶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령자가 운전하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는 별다른 제약이 없는 상황인데요.

김대호 아나운서, 우리나라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을 제약하지는 않지만, 다른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안전 운전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고요?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도로교통공단에서 실시하는 '고령운전자 교육'이 있는데요.

만 65세 이상 운전자들이 이 교육을 받으면 자동차 보험료를 5% 할인받을 수 있다고 하니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만 65세 이상일 경우 면허 갱신주기가 5년으로 줄어들게 되는데요.

하지만 일반적인 시력, 청력 검사 외에 고령 운전자에 대해 특별히 적용하는 조치는 없는 형편입니다.

한때 일본과 같이 '실버마크' 혹은 '어르신 운전마크'를 붙이도록 강제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노인 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시행되지는 못했고요.

버스의 경우, 3년마다 고령 운전기사의 자격유지심사를 강화하는 법이 입법예고돼 있는 상황인데, 이를 고령운전자 전체로 확대시키는 방안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밖에 어떤 방법이 있을지 전문가에게 물어봤는데요.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 리포트 ▶

◀ 강수철 박사/도로교통공단 ▶
"선진국과 달리 노령화가 급속히 일어나다 보니까 대안이 마련되기 이전에 사고가 급증하는 문제점이 있었고요.

고령자는 운전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젊었을 때에 비해서 신체적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돌발상황에서 인지할 수 있는 반응시간이 굉장히 늦어지거든요.

고령운전자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드릴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점이 적성검사 시나 또는 건강검진 시에도 지금 현재는 없습니다만 이런 운전적성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서 이분들한테 내 몸 상태가 이렇다, 옛날 같지 못하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기사원문 - http://imnews.imbc.com/replay/2015/nw1800/article/3613556_14761.html,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