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얼굴을 보면서 만난 적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인지 기억해 내야 하고, 얼굴에서 상대방 기분이나 상태를 파악하여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얼굴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이렇게 많은 것을 파악하고 정보를 얻어야 하기에, 우리 뇌에는 사람 얼굴을 파악하는 기능만 맡은 부위가 따로 있다. 몸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데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곳을 '얼굴 인식 부위'라고 부르는데, 측두엽 뒤쪽에 있는 '방추이랑'이라는 곳에 있다.

대개 오른손잡이라면 얼굴 전체를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누구인지 알아볼 때 오른쪽에 있는 얼굴 인식 부위가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상대방 얼굴을 볼 때 양쪽 시야가 렌즈를 통과하면서 교차하여 왼쪽 시야가 오른쪽 망막에 맺혀 오른쪽 뇌로 전달된다. 이 때문에 오른손잡이는 상대방 오른쪽 얼굴을 더 두드러지게 보게 된다.

거울을 통해 자기 얼굴을 볼 때는 반대가 된다. 거울을 바라봤을 때 거울 왼쪽에 비친 모습은 자기 왼쪽 얼굴에 해당하므로, 거울을 볼 때는 자신의 왼쪽 얼굴을 강조해서 보게 된다. 결국 나에게 익숙한 내 얼굴은 왼쪽 얼굴이고, 상대방이 기억하는 내 얼굴은 오른쪽 얼굴인 셈이다.

얼굴은 좌우가 약간 다르기 때문에 내가 아는 내 얼굴과 남들이 아는 얼굴에 차이가 있게 된다. 사진을 보고 남들은 나와 똑같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어색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차이 때문이다.

뇌졸중이나 뇌종양이 얼굴 인식 부위에 발생하면, 사람 얼굴을 못 알아볼 수 있다. 그렇게 질병으로 얼굴 인식 불능증이 오는 가장 흔한 원인은 치매 질환이다.

치매가 심해지면 배우자나 자식들을 못 알아보는 일이 생긴다. 가족은 환자가 가족에 대한 기억까지도 모두 잃었다고 크게 실망하거나 슬퍼하는데, 기억을 잃었다기보다는 얼굴을 보고 누구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옷차림, 목소리, 말투, 행동 습관 등으로 점차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가족이 머리 모양을 새로이 하거나, 평소와 다른 옷차림을 하고 나타나면, 환자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는 데 더욱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치매가 더 심해지면 거울에 비치는 자신 얼굴을 못 알아보고 다른 사람으로 판단하여 같이 대화하거나 다투는 '거울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는 되도록 집 안의 거울을 없애거나 거울에 종이를 발라 환자가 흥분하거나 불안할 자극을 없애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들이 앞에 있는 사람 얼굴을 보고 누구인지 몰라도, 이 사람이 나에게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구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논리적 기억보다 감정적 기억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치매 어르신이 자기를 못 알아본다고 해도 행동을 조심해야 할 이유다.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2/10/2015021000124.html,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