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말해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얘기할 수 있다.”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 ‘미식예찬’ 中)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주요 질병으로 비만과 우울증을 꼽았다. 현재 70억 인구 가운데 비만인 사람은 12억명,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3억5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는 칼로리 과잉 섭취와 정적인 생활 패턴이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우울증 만연을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며 겪는 현대인들의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학술지 ‘란셋 정신의학’ 최근호에는 “오늘날 정신질환이 급증하는 배후에는 잘못된 식습관에 따른 영양 불균형이 중요한 원인”이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이 실렸다. 지난 수년 동안 진행된 여러 연구 결과 영양 상태가 정신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게 확실하므로, 이제는 의대 교육과정에서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현대인의 잘못된 식습관은 정크푸드(Junk Food) 탐닉으로 상징된다. 정제된 탄수화물과 육류지방 과다 섭취로 칼로리는 넘치지만 비타민, 미네랄 등 필수영양소는 부족한 상태가 된 것. 그런데 이런 식습관이 어떻게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걸까.

저자들은 정신활동이 일어나는 뇌 역시 신체기관이므로 영양 불균형이 뇌 활동을 저해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뇌세포의 세포막을 이루는 지방 성분 가운데 오메가3 지방산인 DHA가 15%를 차지한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생선을 잘 안 먹고 육류를 고집하면서 오메가3 섭취가 줄고, 그 결과 세포막에서 오메가3가 차지하는 비율도 떨어지면 문제가 생긴다. 실제 정신분열증 환자가 죽은 뒤 뇌를 조사해보니 오메가3 비율이 낮았고 증상이 심했던 환자일수록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오메가3는 어떻게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오메가3 지방산은 뇌 신경세포(뉴런) 사이의 신호전달을 하는 시냅스 막에 집중적으로 존재한다. 즉 오메가3가 부족하면 시냅스 막이 굳어져 신호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또 뇌유래신경세포성장인자(BDNF) 분비도 떨어져 새로운 신경세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인지능력도 저하된다. 오메가3가 부족해지면 뇌를 포함해 몸 이곳저곳에 염증 반응이 늘어나 우울증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울증 환자들 피를 뽑아 분석해보면 염증의 지표인 생체분자 수치가 대체로 높았다. 이런 분자들은 뇌에서 기분 조절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수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인에게 만연한 비타민B군, 아연, 마그네슘 같은 영양소 결핍도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예를 들어 비타민B9, 즉 엽산 결핍 역시 많은 우울증 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데 특히 이런 환자들의 경우 우울증약이 잘 안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B6의 경우는 세로토닌을 만드는 데 관여하기 때문에 결핍되면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영양소 대부분이 들어 있는 캡슐을 하루 한 알씩(오메가3 오일 캡슐과 함께) 복용하면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논문 말미에서 연구자들은 “결핍된 것보다는 낫겠지만 정제된 영양 성분을 따로 섭취하는 것보다 식품에 들어 있는 형태로 섭취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즉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고, 이런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 있는 과일과 채소, 생선 등 슬로푸드로 돌아가라는 조언이다.

기사원문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196090,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