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못하는 물건이나 쓰레기 수준의 물건들이 집안이나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사진이나 방송 화면을 종종 보게 된다. 아무리 쓸모없는 것이라도 '죽어도 못 버리는 경우'로, 이른바 '저장강박증'이다. 고령사회가 돼가면서 최근 부쩍 많이 사용되고 있는 증상명이다.

저장강박증은 상식 밖으로 많은 물건을 수집하고 이런 물건을 집 안팎에 쌓아 놓는 증상이다. 쓰레기로부터 나오는 위생상의 문제, 가족들의 불편함과 냄새, 벌레, 화재 위험 등 때문에 이웃들로부터도 심한 불평을 듣게 된다. 신경과학에서 보는 저장강박증은 모아 놓은 물건이 제대로 사용될 수 없고, 생활의 불편함이 심한데도, 물건을 스스로 버릴 수 없고, 다른 사람이 버리려고 하면 심하게 화를 내는 상태를 말한다.

저장강박증에는 특정 물건만을 모으는 경우와 모든 종류의 물건을 가져오는 형태가 있다. 후자가 훨씬 흔하다. 특정 물건만을 모으는 환자 중에는 아이들 장난감 총에 쓰이는 비비탄 총알만을 모으거나, 음식 쓰레기만을 모으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이런 어른들은 동네에서 성격이 이상한 노인으로만 간주하지 그것이 뇌의 퇴행성 질환이라는 생각을 못한다. 저장강박증은 합리적 판단을 관할하는 전전두엽 기능의 저하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 뇌경색, 뇌출혈 등으로 전전두엽이 손상된 경우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저장강박증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은 전두측두엽치매이다. 특히 모아 놓은 것이 특정 취미와 관계없고, 이러한 증상이 50세 이후에 왔다면, 먼저 전두측두엽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저장강박증에서 중요한 요인은 저장에 대한 문제보다 쓸모없는 것을 주워 오는 이상 행동이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이를 '주위 환경 자극에 대한 얽매임'으로 설명한다. 지나다가 어떤 물건을 보았을 때 그것이 어딘가 필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도, 남의 물건이니까, 버려져 더러우니까, 집에도 있으니까, 필요하면 나중에 구할 수 있으니까 등의 생각으로 지나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환자들은 이런 물건에 대한 집착이 매우 크고, 판단력이 감소해 별다른 생각 없이 집으로 주워 가져와 쌓아 놓게 된다.

전두측두엽치매는 알츠하이머병이 흔하지 않은 비교적 젊은 나이인 50대에서부터 나타난다. 초기에는 기억장애 없이 오기 때문에 치매로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전두측두엽치매는 언어장애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타입과 이상행동이나 성격장애로 시작되는 타입으로 나뉜다. 저장강박증과 같은 '주위 환경 자극에 대한 얽매임 증상'은 이상행동형의 전두측두엽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에 해당한다. 나이 들어 특별한 뇌 손상이 없이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신경과에서 진료받아야 한다.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3/02/2015030204149.html,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