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를 하다 정년퇴임한 70세 환자가 있었다. 그는 수년 전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다며 병원을 찾았다. 경도(輕度)인지장애로 의심돼 정확한 병력 조사와 검사가 이뤄졌다. 원인은 수면장애와 우울증이었다. 여기에 허리 통증으로 복용 중인 약물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약물을 바꾸거나 몇 개는 중단하고, 수면장애를 개선하자, 기억력이 정상으로 회복됐다.

5년 정도 지나고 나서 그는 다시 점차 심해지는 기억력 감소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이번에도 경도인지장애로 평가받았다. 이에 합당한 치료에도 기억장애를 위시한 인지기능 저하가 점차 심해졌다. 나중에 그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초기 치매로 진단됐다. 요즘 나이 든 어르신들이 기억 관련 문제로 병의원을 가면, 흔히 받는 진단명이 경도인지장애다.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인지기능장애가 심한 경우가 치매다. 인지기능장애는 있으나 나이와 교육 수준에 맞는 사회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정도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치매보다 3배 흔하다.

대학 교수 사례처럼 경도인지장애는 폭이 넓고 변화도 심하다. 원인, 경과, 예후가 상태에 따라 다양하다. 기억력이 주로 감소하는 기억성 경도인지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다. 매년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는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진행한다. 하지만 일부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더 이상 진행 없이 그 상태에서 평생 머물기도 하고 정상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때론 정상으로 회복됐다가 다시 치매로 악화되기도 한다. 그러니 경도인지장애라고 해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무시될 수도 있고, 치매가 아닌데 치매 진단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진찰과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에는 뇌척수액 검사로 상태 진단이 비교적 정확해졌다. 뇌척수액은 척추뼈 사이로 바늘을 찔러 뽑아낼 수 있으며, 외래에서 어렵지 않게 검사를 할 수 있다. 거기서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신경독성 단백질량을 측정해, 수치가 현저히 낮아져 있다면 현재의 경도인지장애 상태를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초기 치매로 볼 수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돼 뇌척수액에서는 그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때론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 조직에 얼마나 많이 축적됐는지를 보는 양전자단층촬영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기억성 경도인지장애를 가려내기도 한다. 이렇게 진단된 환자들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진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런 초기 치매 상태가 치매 진행을 늦추는 다양한 치료를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이때를 잡아내 치매 진행을 늦춰 보려는 약물 개발도 한창이다. 그러니 경도인지장애일 때 적극적으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5/25/2015052501988.html,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