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몸이 두 발바닥만으로 버티고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더욱이 두 발로 똑바로 걷는 행동은 뇌, 소뇌, 뇌신경, 척수신경과 신체 각 부분의 기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 중 어디에라도 문제가 생겨 조화가 깨지면 쉽게 넘어지고, 보행이 어려워진다.

노인에게서 넘어짐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쉽게 골절이나 출혈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입원해 치료하는 동안 많은 합병증이 일어난다. 근육 약화로 생활 능력이 갑자기 현저하게 떨어지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노인이 잘 넘어지는 주요 원인으로는 뇌졸중, 파킨슨병, 각종 치매질환 등이 꼽힌다. 진정제와 항우울제 등 약물 부작용, 음주 및 시력 약화 등도 원인이다. 단순한 노화로도 몸동작이 둔해지고, 근육과 골격이 약해지기 때문에 넘어지기 쉽고, 다칠 수 있다. 때론 뇌질환 초기에 다른 이상 소견 없이도 넘어지거나 보행이 불편한 것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치매 어르신은 집중력 장애와 시공간 지각력의 장애로 넘어지기 쉽다. 눈에 보이는 의자에도 똑바로 앉지 못해 주저앉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치매 질환은 인지기능장애 이외에도 뇌 균형 기능을 약화시키거나 팔다리 움직임을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또한 혈관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의 말기가 되면 걷는 방법을 잊어버린 상태가 된다. 이런 경우에는 다리에 힘은 있으나 걷는 방법을 잊어버려 마치 돌 이전의 아이들이 걷는 것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

인지 기능이 저하된 노인들은 심하게 넘어지는 경험을 하면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서 잘 안 걸으려고 하고 이것이 일상 활동을 위축시켜 더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거나 불안증 및 우울증을 유발한다.

관절 이상이나 통증만으로는 걷기는 힘들어도 잘 넘어지지는 않는다. 보행 장애가 나타나고 자주 넘어질 때 '나이 들어 그렇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시하면 큰 문제로 이어진다. 자기 또래에 비해 자주 넘어지는 노인은 뇌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요즘 뒤로 걷는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특별한 효과도 없는데 낙상 위험을 증가시킨다.

심한 실내·외 온도 차이, 불편한 신발, 지속되는 과로, 수면 부족 등은 낙상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현재 복용 중인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균형 장애, 현기증, 어지럼증, 저혈압, 졸림 등이 있는지 의사에게 문의해야 한다. 넘어지는 사고의 절반은 집 안에서 일어난다. 실내를 밝게 하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게 하고, 욕실에는 미끄럼 방지대를 깔고 손잡이를 설치해야 한다.

걸음걸이가 과거에 비해 늦어지거나, 보폭이 짧아졌을 때, 보행 시 팔 흔들림이 줄어든 경우, 과거에 비해 자주 어지럼을 느낄 때,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다리 움직임이 둔한 경우 등에는 신경학적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08/2015060803537.html,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