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 샤리프는 이집트가 낳은 세계적인 배우다. 우리는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닥터 지바고' 등을 통해 그를 기억한다. 그가 얼마 전 83세 나이로 세상을 떴다. 가족들은 오마 샤리프가 죽기 전 3년 동안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가 있었다고 전했다. 치매 진단 후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 변화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서서히 악화하는 과정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본인이 출연했던 영화 제목과 촬영지를 기억하지 못했고, 산책할 때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이 접근하면 예전에 잘 알았던 사람들로 오해했다고 한다. 그가 머물렀던 특별한 장소들에 대한 기억이나 영화 속에서 맡은 역할에 대한 기억도 사라졌다. 영화의 내용은 기억해도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제목은 기억해도 어디서 언제 촬영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등 과거 기억 손상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마 샤리프는 카드를 갖고 고도의 머리싸움을 하는 브리지 게임 선수로도 유명했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뇌기능을 유지하면, 뇌 안에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침착이 되어도 다른 사람에 비해 치매 증상 발현이 늦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딴 담배가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된 적이 있었듯이, 그는 담배를 오랫동안 피웠고 심장 혈관 장애로 수술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러한 뇌혈관 질환 유발 인자는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

오마 샤리프에 관한 정황을 보면 치매 진단은 조금 늦었다. 치매 초기에 적절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전반적인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우선 조건이다.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지만, 증상을 호전시키고 악화를 늦출 수 있는 약물은 많이 사용된다. 여기에 행동요법 등 다양한 치료를 같이 진행하면 환자와 가족의 생활 질을 많이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런 치매 치료의 목적은 환자가 혼자서 남의 도움을 최소화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시기를 늘리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만 생활이 가능한 시기를 줄이는 데 있다. 또 환자지만 과거의 훌륭한 어른으로서의 위엄과 우아함을 잃지 않게 해주는 것도 포함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적절한 시기에 진단을 받고 올바른 치료를 받으면 나름대로 자신의 생활을 즐기며 더 의미 있는 인생을 유지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의 경과를 궁극적으로 늦추고 뇌 안에 쌓이는 원인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치료제들도 개발되고 있다.

오마 샤리프는 2009년 자신의 마지막 영화가 된 'I forgot to tell you'(너에게 얘기한다는 것을 잊었어)라는 영화를 촬영했다. 그는 전직 사이클 선수이자 목사였고, 현재는 화가이면서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되는 인물 역을 맡았다. 그의 말년을 예감한 배역이었던 셈이다.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13/2015071303802.html,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