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진단을 받으려면 꼭 뇌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찍어야 하나요?"

치매 여부를 판단해야 할 환자가 있을 때 진료실에서 흔하게 받는 질문이다. MRI 검사 비용이 다소 고가이다 보니 환자 측이 당연히 물어볼 사안이다. 간단하게 대답하면 이렇다. 치매의 원인 질환을 알려면 뇌 MRI가 반드시 필요하다.

치매란 원인에 관계없이 인지 기능의 저하가 심한 상태를 말한다. 치매 여부는 증상만 보고 특별한 검사 없이 전문의 판단만으로도 할 수 있다. 다만 신경 심리 검사를 통해 어떤 종류의 인지 기능이 어느 단계에서 얼마나 심하게 어떤 형태로 저하되었는가를 확인하면 된다.

더 중요한 다음 단계는 치매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다. 100여 가지 치매 유발 질환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이며 진단하기 위해서는 뇌 MRI를 찍어봐야 한다. 역설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은 뇌 MRI에 뚜렷한 이상이 없다. 알츠하이머병에 합당한 증상을 보이고, 뇌 MRI에서 뇌경색, 뇌출혈, 뇌손상, 뇌종양 등과 같은 다른 뇌질환이 안 보이면 일차적으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하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뇌 MRI에서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특정 뇌 부위의 위축을 볼 수 있다. 기억을 관할하는 해마와 측두엽, 양측 두정엽과 전두엽의 위축은 알츠하이머병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를 확진하기 위해서는 임상 증상과 연관해 판단해야 하고,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뇌 MRI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과 흔하게 같이 나타나면서 인지 기능 장애를 더 심하게 만드는 동반 질환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증상 없이 가볍게 지나간 작은 뇌졸중이나 서서히 발생해 진행하는 뇌소동맥질환, 뇌실확장 등이 그런 질병이다. 이런 것들이 뇌 MRI에서 보이면 알츠하이머병 치료 방침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는 뇌 MRI 영상 자료를 이용해서 뇌의 각 부분 부피를 계산하거나 뇌 피질의 두께를 측정하기도 한다. 특수 촬영 기법과 분석을 이용하면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고, 다른 부위와 기능적 연결 상태도 볼 수 있다. 아직은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나 머지않은 미래에 임상 진료에서도 활용될 것이다.

MRI는 방사선을 쪼이는 것이 아니라 몸속 자기장을 분석해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다. MRI 촬영을 위해서는 커다란 도넛 모양의 전자석 코일 속에 머리 부분을 넣고 누운 자세로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약 30분간 촬영하게 된다.

MRI는 질병 진단에 혁명을 이룩한 영상 검사 기술이다. 이 원리를 개발한 과학자들은 2003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MRI만큼 뇌의 구석구석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영상 검사는 없다. MRI 덕에 치매를 포함한 뇌질환 진단과 치료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20/2015072003362.html,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