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 전직 교사인 김씨는 2년 전부터 하고자 하는 말이 입으로 잘 안 나오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말이 잘 안 나오는 증상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건강했다. 고혈압과 심장 부정맥으로 약을 먹는 것 이외 다른 의학적 문제는 없었다. 말이 안 나오는 증상이 점차 심해져서 뇌 MRI 등 검사를 했으나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그는 신경인지행동센터를 통해 언어 정밀 검사를 포함, 신경심리 검사와 뇌 대사 기능을 보는 양성자 단층 촬영(PET) 검사 등도 받았다. 그 결과, 전두측두 치매의 일종인 진행성 언어 장애로 진단받았다. 전두측두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이다.

김씨는 진행성 언어 장애로 진단받은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인지 기능도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첫 진단 후 2년이 지난 시점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언어 장애 악화로 다시 급하게 외래를 찾았다. 원래 있던 언어 장애가 더 심해져서 거의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었고, 그 밖에 운동 장애나 감각 장애는 보이지 않았다.

퇴행성 뇌 질환에서 기능 장애가 갑자기 심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심리적 문제나 극심한 피로, 전해질 이상 등과 같은 대사 장애, 약물 부작용 등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아니면 새로운 다른 질환이 발생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이나 전두측두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그 질환 자체가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는 없다. 이 환자는 다시 뇌 MRI를 찍었고, 거기서 진행성 언어 장애의 주된 병변이 나타나는 좌측 뇌 부위에 뇌졸중이 새로이 발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급성 뇌졸중에 대해 치료를 시작하자 언어 기능도 조금 호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