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라는 용어는 공포의 대상이기에 진료실에서는 환자나 보호자들과의 대화에서 거의 쓰지 않는다. '인지기능장애가 심합니다'라는 말이 곧 치매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굳이 치매라는 단어를 환자 앞에 두고 쓸 필요는 없다. 의사에게서 치매라는 말을 듣는 순간 환자는 좌절감에 빠지고 자신감을 잃는다.

사실 우리는 치매라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한다. 신문과 방송도 치매라고 하면 독자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에 그런 것 같다. 비슷한 이유로 연구계획서나 정책 제목으로 치매가 많이 쓰인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치매 환자와 정상인으로 나누고 본인은 치매가 아닌 사람 쪽에 있음에 안심을 하는 것 같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조금씩 인지기능 저하를 느끼고 치매는 이런 인지기능장애가 심한 상태를 의미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잠재적 인지기능장애 환자일 수 있고, 치매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도 우리에게서 그리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검사 결과 김 여사는 인지기능장애가 그리 심하지 않으나 우울증이 매우 심한 상태였다. 치매에 대한 가족들의 바뀐 태도와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김 여사는 운동과 사회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자신감을 가지면서 아무런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잘하고 있다.

치매라는 말을 두렵게 느끼는 것은 치매가 배척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들도 우리가 잘 보살펴야 할 대상이고, 우리도 언젠가 환자가 될 미래 가능성으로 봐야 한다. 치매는 단지 무서움의 대상이 아니고 잘 구슬리면서 함께해야 할 우리 자신의 문제다.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01/2015090100185.html,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