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하고 병이 악화하거나 치료되는 정도까지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이 연구원 뇌과학연구소의 김영수 박사 연구팀이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그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10월 2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기술은 치매로 인해 발생하는 면역체계 이상 단백질인 '인터류킨'을 혈액에서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정상인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구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질환의 단계나 치료의 예후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김 박사팀은 이에 앞서 1년 전 혈액 속 '베타아밀로이드'(치매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를 측정해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병리학적 근거를 세계 최초로 제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치매 환자와 동일한 병리학적 변화를 나타내는 유전자 변형 생쥐의 혈액 내 면역계 단백질 변화에 주목해 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 유전자 변형 생쥐는 치매 초기부터 혈액 내 인터류킨-3의 농도가 정상 생쥐에 비해 감소돼 있고, 말기로 갈수록 저하 현상이 심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박사는 "혈액 검사란 쉬운 시험법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단뿐 아니라 질환의 예후 관찰까지 가능하다는 이론적 토대를 이번에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지금까지 100여명 이상의 환자 혈액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한 결과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특히 이번 연구 결과가 치매환자의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치매는 치료제도 없을 뿐 아니라 과학적인 진단법도 없어 환자의 인지 기능이 얼마나 저하됐는지에 따라 질환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고학력자일수록 뇌발달로 인해 인지 기능의 저하가 상대적으로 늦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김 박사는 "박사 과정까지 마친 고학력자와 저학력자가 비슷한 수준의 치매 증상을 보인다면 고학력자는 뇌가 이미 크게 손상됐지만 저학력자는 거의 손상이 없는 상태"라며 "인지 기능만으로 질환을 판단하면 뇌 상태가 다른 환자가 같은 약물을 처방받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혈액 검진으로 치매의 진행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면 증상의 경중에 따라 맞춤형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KIST는 혈액을 통해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나노바이오센서 시스템을 개발하고 연내에 기술이전을 통해 상용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isyph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0/29 12:00 송고

기사원문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10/29/0200000000AKR20151029092000017.HTML?input=1195m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