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송/전LA평통 회장] 해질녘, 오늘도 뒷산에 오른다. 가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산허리를 적시며 찬바람이 불더니, 파란 하늘 위에 떠있는 한 조각 흰 구름이 석양의 황금 노을에 물들어 저무는 대지를 찬란히 물들이고 있다. 

저녁 산책길에는 언제나 보는 석양이지만 오늘 저녁의 황금빛 노을은 한 폭의 걸작이며 자연의 극치다. 나는 황혼의 오솔길을 걸을 때마다 우리 인생도 이렇게 아름다운 마무리를 보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현대사회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류의 건강증진과 수명 연장에는 획기적인 공헌이 있었지만, 아직도 암과 고혈압, 당뇨병은 65세 이상에서 90%의 보유율을 나타낸다고 한다. 현재 사망원인의 첫째는 각종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대의학의 발달로 조금씩이나마 암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각종 노인성 질병 가운데 가장 높은 발병률을 보일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은 생각보다 치료의 진전이 별로 없어 안타깝다. 

통계에 의하면 치매 발병은 빠르면 50대에 시작하고 60대에 10%, 70대 20%, 80대에 48%, 그리고 80대 중반이 지나면 반 이상이 노인성 치매로 인한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문제는 평균 수명이 90세 이상이 될 때, 80~90대 어르신들의 반 이상이 치매로 고생하다 삶을 마감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본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에도 큰 짐이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건강한 삶과 삶의 우아한 마무리에 대해 생각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치매는 인격적 삶이나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손상받는 병일뿐 아니라, 발병 초기에는 나이에 따른 건망증 정도로 오해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문제다. 마치 일몰 후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는 것을 인식 못하듯이, 치매는 본인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덧 중증이 된다. 

이 단계가 지나면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자괴감으로 모든 가족을 의심한다. 배우자를 의심하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초조감으로 행동이 공격적으로 변하며 가족을 24시간 공포와 불안 속에 생활하게 한다. 말기에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가족을 알아보지 못한다. 

치료가 가능하지 않은 병은 예방이 최선이다. 치매 가능성을 줄이는 예방법은 규칙적인 생활습관, 두뇌를 활발히 사용하는 습관, 가벼운 운동, 균형잡힌 식사, 사회생활에 적극 참여 등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독서나 대화, 사회봉사, 불우이웃돕기 등도 치매를 예방하고 자신의 만족감도 높인다는 점에서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일거양득이 아닐까. 

신학자 본회퍼는 "인간은 처음과 나중을 모르고 태어나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사는 존재다"라고 했다. 그러나 처음과 마지막은 우주의 섭리에 맡기더라도 마무리를 잘 준비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기사원문 -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827012,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