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정밀검진에 건보 적용… 40만원서 8만원으로

A씨는 결혼 후 30년간 모시고 산 시어머니가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 한 가지 일에 집착하고, 운영 중인 식당에도 자주 찾아와 영업에 지장을 주자 치매를 의심했다. A씨는 치매 검진에만 40만원이 드는 데다, 어떻게 하면 전문의 상담을 받을지 고민에 빠졌다.

A씨 시어머니 같은 치매 의심 노인은 내년부터 정밀검진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8만원만 내면 된다. A씨가 전문의와 상담할 경우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중증 치매 환자의 경우 요양보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하루 24시간, 한 해 6일간 돌보는 서비스도 마련된다. 보건복지부는 17일 발표한 제3차 치매관리 종합계획(2016~2020년)에서 이런 세부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치매 환자는 61만2000명으로 노인 10명당 1명(9.8%)꼴이었고, 치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12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또 작년 치매 진료 환자는 44만3000명, 총 진료비는 1조6142억원으로 2006년 대비 환자 수는 연평균 20%, 진료비(건강보험 적용 항목 기준)는 30% 증가했다. 복지부는 경도인지장애(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나 비슷한 나이·학력의 정상인보다 인지 기능, 특히 기억력이 떨어져 있는 치매 전 단계) 노인에 대한 예방·관리, 환자·가족의 부담 경감에 중점을 뒀으며, 제3차 계획 예산으로 4807억원(국비·지방비)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신경인지검사비 80% 절감

치매를 정밀 검진하는 신경인지검사(CERAD-K, SNSB 등)에 내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 검사는 치매 여부와 중증도 파악에 쓰는 IQ 테스트와 유사한 문항 검사(30분~1시간 30분 소요)로, 비용은 검사 종류와 병원에 따라 7만~40만원이다. 이 검사에 보험이 적용되면 비용은 최고 8만원이 돼 80% 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

경도인지장애 환자(10만6000명), 75세 이상 독거노인(35만명), 치매 진료 중단자(7만명)에 대해서는 관할 보건소가 내년부터 치매 예방 수칙·운동법을 전화·우편으로 제공하고 간호사 가정 방문을 하는 등 예방·관리한다. 김기웅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은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연간 10~15%가 치매로 악화되며, 치매는 고위험군 대상자에 대한 사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 돌보는 가족 지원

1·2급 중증 치매 환자(약 3만8000명)를 대상으로 그 가족이 집을 비울 경우 연 6일, 하루 24시간 요양보호사가 가정에 찾아가 돌봐주는 방문 요양 서비스가 2017년 도입된다. 본인부담금은 6일 기준 8만~10만원이 될 전망이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 여행·여가 등으로 한숨 돌릴 수 있도록 여행 바우처 지원(가족 1명당 15만원 상당·두명까지) 사업도 2017년 시작된다.

본인이 직접 전문의 상담을 할 수 없는 치매 특성에 맞게 가족이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치매 대응, 복약, 돌봄 기술과 관련해 상담할 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복지부는 암 환자 상담 수가(약 5만원)를 기준으로 건강보험 수가를 정하겠다고 임인택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밝혔다.

복지부는 전국 78개 공립요양병원 내 치매전문병동의 운영 모델과 수가 기준도 내년 하반기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또 치매 가족 대상 24시간 상담 전화 서비스(치매 상담 콜센터 1899-9988)를 강화해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치매 노인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지자체를 '치매 안심 마을'로 지정 운영할 계획이다. 치매 예방과 자가 관리를 위한 '치매예방실천지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내년에 보급된다.

◇현행 제도 덜 알려진 부분 많아

현재 치매 환자로 거주지 보건소(서울은 구 치매지원센터)에 등록되면 물품(방수시트·기저귀) 지원, 인지재활 서비스, 인식표 지급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전국 가구 평균소득 100% 이하인 저소득층(올해 4인 가구 기준 월 484만원)의 경우 치매 진료비를 월 3만원 실비로 받는다. 연말 정산 인적공제에 치매 환자가 대상자로 포함돼 2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유치원생 돌보듯 치매 노인 챙기는 '치매 유치원' 늘려야

서울에 사는 주부 김선희(53)씨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각 2008년과 2010년 치매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부모님 두 분 모두 식사를 하시고도 안 했다고 하고, 어머니는 휴지가 보이는 족족 주머니에 넣어 온 주머니에 휴지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보내는 대신 집에서 모시기로 결정했다.

치매 환자를 한 명도 아닌 두 명 돌보지만, 김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일주일에 서너 번씩 외출을 한다. 벌써 4년째다. 15일 오전 김씨는 매우 분주했다. 부모님을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히고, 차에 태웠다. 그는 "부모님을 모시고 '유치원'에 간다"고 했다. 김씨는 차로 20분을 달려 서울 송파구 치매지원센터에 도착했다. 김씨가 말한 '유치원'은 바로 치매지원센터였다. 센터에 도착하자 무뚝뚝한 표정이었던 부모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김씨는 "처음엔 부모님이 낯선 곳에 가는 걸 꺼리셨는데 꾸준히 오다 보니 아주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이 된 딸과 아들이 어릴 때 다니던 유치원과 이곳(치매지원센터)이 놀랄 만큼 비슷하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뿐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치매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센터를 이용하려는 환자와 가족들이 늘어 경쟁률이 높아졌지만, 치매지원센터는 중증 치매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환자 가족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기 때문이다. 요양사 오명숙(57)씨는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동안 가족들은 식당에 주로 모여서 수다를 떨거나 환자들과 있을 때 꿈도 못 꿨던 자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기사 더보기

'착한' 식습관, 치매도 예방… 뇌 망가뜨리는 독성물질 없앤다

2012년 기준 치매 환자의 수는 약 54만명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30년에는 치매 환자가 약 127만 명, 2050년에는 약 271만 명으로 20년마다 치매 환자가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치매 환자는 늘고 있지만, 치매를 유전이나 뇌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해 예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치매는 식습관만 바꿔도 예방할 수 있는 병'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한국영양학회지에 발표된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노인을 위해 제정한 '어르신을 위한 식생활지침'을 잘 따르는 노인은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11년 7월부터 11월까지 60~91세 노인 27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식생활지침 실천도를 점수로 환산했을 때 치매 그룹은 51.8점, 정상 그룹은 56.6점이었다. 정상 노인군이 잘 지키는 항목은 '고기·생선·계란·콩 반찬을 매일 먹습니다' '다양한 채소 반찬을 매끼 먹습니다' '신선한 제철과일을 매일 먹습니다' '세끼 식사를 꼭 합니다' 등 식습관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많았다. 실험에 참여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효지 교수는 "식습관을 잘 유지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라고 말했다.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18/2015121800813.html,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