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치매 전 단계인 경증치매, 장기요양보험·민영보험 보호 못 받아
재가서비스 한 달 평균 비용 약 160만원…고령층 금전적 대비 필요
중증치매까지 포함할 경우 향후 치매신탁 시장 최대 76조 규모 될 것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경증치매자를 위한 '치매신탁'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14일 '경증치매 증가에 대응한 치매신탁 도입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고령자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금융권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치매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54만명이었던 65세 이상 노인 치매환자 수는 지난해 65만명으로 늘었다. 4년 후인 2020년에는 84만명, 2050년에는 271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치매의 자연경과는 경도인지장애→경증치매→중증치매→고도치매→종말기 치매로 분류된다. 

이중 경증치매는 중증치매와 정상인의 중간 상태다. 걷기, 앉기, 화장실 가기 등 일상생활활동은 가능하나 교통수단 이용하기, 외출하기, 금전 활동하기 등의 수단적 일상생활활동은 어렵다.

경증치매자는 전체 치매환자의 58.8%에 달하기 때문에 중증치매로 전환되기 전에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마땅한 보호 장치가 마련 돼 있지 않다. 

정부의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신체기능 중심의 평가구조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활동이 가능한 경증치매자는 혜택 등급에서 제외한다. 민영보험에서도 경증치매자는 보장하지 않고 있다. 

결국 대부분의 경증치매자는 부양가족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데 배우자의 고령화, 동거자의 사회생활, 요양비 부담 등 가족 내 주수발자 부재로 인해 노인들이 위험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60세 이상 고령자들은 미래에 큰 불안감을 갖고 있다. 

보험연구원 조사를 보면 60세 이상 고량자 중 93%는 치매발병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90%는 향후 치매 발생시 가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가준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보험연구원은 경증치매자가 재가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소요되는 월간 최소 비용은 154만원, 최대 비용은 165만원으로 추산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우리나라도 치매관리 이슈에 직면했다며 금융권이 일본의 '후견제도지원신탁'과 같은 치매신탁 상품 개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황원경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자(경증치매 전 단계) 중 중산층·고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추정했을 때 치매신탁 시장은 경증치매기만 준비할 경우 최소 30조9000억원에서 최대 33조4000억원 시장 규모"라며 "중증치매기까지 포함한 치매 전 기간을 대비해 신탁을 설정할 경우에는 최소 72조9000억원에서 최대 75조5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7월 신탁법 개정안을 시행해 다양한 유형의 신탁을 설정할 수 있게 하는 등 신탁 활성화에 대한 기초가 구축된 상태"라며 "치매에 대한 불안감 증가와 가족에 의한 경증치매자 관리 한계, 비용 부담 등으로 개인 스스로 치매에 대비하고자 하는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 황 연구위원은 "금융권에서는 경증치매자에 대한 치매신탁과 중증치매자에 대한 치매보험을 패키지로 개발·판매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보험권의 경우 치매신탁의 주요 타깃고객인 65세 이상 중·고소독층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경쟁력을 가지고 치매시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