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진행 중입니다. 몇 가지 검사를 좀 해봐야겠는데요.”

강동성심병원 치매예방센터 연병길 센터장의 말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반응은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치매 걸리면 낫지도 않을 텐데 검사는 해서 뭐 하느냐’ ‘돈 들여가면서 치료는 해서 뭐 하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이제는 ‘해보자, 도와달라’는 이가 크게 늘었다. “치매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다’가 아닌 ‘예방할 수 있다, 진행을 막을 수 있다’로 바뀌고 있어요. 이제는 50대 중·후반 연령대에서도 건망증이 좀 심하면 치매를 예방하겠다고 찾아올 정도입니다.”

이렇게 치매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다양한 진단방법의 개발과 의학 발전의 공이 크다. 치매뿐만 아니라 이제는 치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도 이를 발견하고 진행을 늦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연 센터장은 “치매=불치병이라는 예전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경도인지장애 이전의 ‘전(前)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연구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병길 센터장

치매환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기반도 좋아졌다. 연 센터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되면서 요양 및 치료 시설 인프라가 표준화되고 향상되고 있다”며 “특히 서울시가 진행하는 치매지원센터 사업은 일찍이 고령사회에 진입해 치매지원이 활발한 일본보다도 앞서나가고 있는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아직 과제도 많다. 연 센터장은 “치매는 가족의 보호 아래 기존 생활터전에서 받는 치료가 효과적”이라며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전문적인 치료나 요양을 받을 수 있는 재가 및 주간보호 시스템이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는 뇌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지만 뇌손상 여부와 치매 발병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연 센터장은 “집안에만 있는 외로운 노인들보다 머리를 많이 쓰고, 대외적이면서 사교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치매발병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한다. 치매 환자를 집에만 있게 하기보다 바깥 나들이를 자주 시키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장형순 헬스경향기자 soonh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