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가랑비에 옷 젖듯 적어도 20년 이상 서서히 진행되기에 65세 때 발병했다면 치매가 이미 40대 중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치매 연구 및 치료에 공헌해 대통령 표창을 받은 한설희 박사(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원장ㆍ사진)는 지난달 25일 LG상사 트윈와인이 진행하는 ‘와인&건강 프로젝트’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트윈와인이 2008년부터 식객 허영만 화백과 함께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펼치고 있는 ‘밥상머리 토크’의 하나로, 매달 명의(名醫)를 초청해 와인과 건강에 대한 함수를 풀면서 유익한 정보를 널리 알리는 자리였다.

한 박사는 “나이 40이 되면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치매야말로 스스로 관리하지 못해 40대부터 발병을 초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성인병을 음식조절 운동 금연 금주로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치매도 마찬가지라 했다.

와인을 많이 마시면 치매예방에 좋냐는 질문에, 한 박사는 “적정량이어야 한다”고 바로잡아주면서 “와인잔을 3분의 1가량 채운 정도로 하루에 2잔이면 좋다”고 말했다.

와인, 특히 적포도주, 그중에서도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으로 빚은 와인에는 항염증ㆍ항산화, 혈청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를 내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많아 뇌세포 파괴를 막아줘 기억력을 증대시켜 준다는 것. 레스베라트롤은 포도가 효모와 숙성되는 과정에서 많이 생성되기 때문에 포도주스에는 적고 와인에 풍성하다.

한 박사는 이어 “적당량의 알코올은 생명연장 효과가 있는데 적포도주가 가장 인상적인 효과를 냈다”면서 “그러나 집에서 담가먹는 이른바 ‘포도맛 소주’는 효과가 없다”고 조언했다.

일상에서 치매를 예방하는 생활습관으로는 뇌와 손을 동시에 사용하는 퀼트, 뜨개질, 악기연주, 서예 등을 한 박사는 추천했다. 사교댄스도 파트너의 발을 밟지 않으려고 신경을 곧추세워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치매예방에 좋단다.

고스톱이 치매예방에 좋다는 항간의 말이 맞는 것이냐는 질문에, 한 박사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면서 “고스톱을 재미있게 치면 엔도르핀이 나와 뇌신경세포를 보호하는데 진 게 분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치매에 걸린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영순기자 yspark@fn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