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표정이 없거나 자주 침 흘리는 증상 똑바로 걷지 못하고 눈에 띄게 느려진 행동 파킨슨병 의심해야
뇌 신호체계 망가진 탓 '진행병'… 완치 못해

길을 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땅에 발이 붙은 듯 얼어붙었다. 주위를 걷던 사람들이 의아한 듯 힐끔힐끔 쳐다본다. 잠시 후 현수막이 펼쳐졌다. "동결 증상을 따뜻이 도와주세요."

지난해 4월 서울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펼쳐진 플래시몹이다. 갑자기 강력한 자석이라도 작용한 듯 멈춘 사람들. 무슨 의미일까. 이들이 알리고자 한 것은 바로 '파킨슨병'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복서인 무하마드 알리, 배우 로빈 윌리엄스 등이 겪은 병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파킨슨병이 어떠한 병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창원 파티마병원 신경과 김성희 과장의 도움말로 파킨슨병에 대해 알아본다.

◇파킨슨병이란

파킨슨병은 주로 떨림, 근육 강직, 그리고 몸동작이 느려지는 등의 운동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으로,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 중 하나이다. 1817년 영국의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손 떨림 등 특징적 양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떨림 마비'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처음 알려졌다고 한다.

파킨슨병은 일반적으로는 '도파민'과 연관이 있다.

도파민은 뇌의 신경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세포와 세포 사이 신호를 전달하는 데 이용되는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돼 나타난다.

그런데 이 신경세포가 없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파킨슨병에는 일반적인 파킨슨병과 차이가 있는 '비전형 파킨슨증후군'이 있다. 이는 뇌 퇴행성 질환이기는 하지만 중뇌의 도파민 세포 소실이 원인이 아닌 것으로, 다발 신경계 위축증 등이 있다.

이 외에 다양한 원인이 있는 '이차성 파킨슨 증후군'이 있는데, 뇌신경의 퇴행성 질환보다는 뇌염이나 뇌수두증, 약물 중독 등이 원인으로 파킨슨병의 증상을 보인다.

◇어떻게 진단하나

파킨슨병 환자는 흔히 주변에서 행동이 굼뜨다, 느리다, 모자라다, 멍하다, 힘이 없다 등의 지적을 받는다. 어깨나 등이 짓눌리면서 아프고, 온몸이 굳어 불쾌감이나 통증이 잘 일어나며, 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실수로 자주 넘어져 다치기도 한다.

서 있는 자세를 보면 등이 구부정하게 굽고 팔꿈치가 약간 굽어져 있으며, 보행 시 한쪽 팔을 몸통에 붙이고 걷는 경향이 있다.

파킨슨병은 주로 임상 증상으로 진단한다.

김 과장은 "파킨슨병의 4대 증상은 안정 시 떨림, 운동 완서, 경직, 자세 불안정이다. 이러한 증상이 모두 있으면 파킨슨 병을 의심할 수 있다. 이중 안정 시 떨림이 파킨슨병의 특징적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의 떨림은 움직이거나 자세를 취할 때보다 안정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환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떨림이 손끝에서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즉 가만히 있어도 손을 떠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차츰 반대쪽 손, 팔, 다리, 턱 등 전신으로 퍼진다.

운동 완서는 동작이 느려지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느릿느릿 생활하는 사람이 있으면 파킨슨병인지 잘 살펴야 한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났을 때 얼굴 표정이 눈에 띄게 없어졌거나, 침을 자주 흘리거나, 음식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면 파킨슨병의 다른 증상이 있는지 신경 써야 한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 물질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몸통이 움직이는 가속력을 다리 움직임이 따라가지 못해 점차 좁은 보폭으로 빨리 걷기도 하고, 이로 인해 자세 불안정과 더불어 쉽게 넘어지기도 한다.

김 과장은 "뇌의 신호체계가 망가져 가야 되는데 가지 못하고 넘어지거나, 갑자기 꼼짝 못하고 멈춰 서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횡단보도나 엘리베이터 등에서 긴장하면 더 심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파킨슨병은 초기에는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증상이 있다 해도 다른 질환과 구분이 어려워 병이 한참 진행된 후에야 파킨슨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유사한 증상이 있으면 전문의와 반드시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치할 수 있나

안타깝게도 파킨슨병은 완치할 수 없다. 진행되는 병, 악화되는 병이다. 다만 약물과 수술 치료로 증상 호전에 도움을 주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도파민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물질로 '도파민 전구물질'인 '레보도파'를 이용한 약물치료다.

비약물 치료로는 운동요법이 있다.

김 과장은 "파킨슨 병 환자는 병이 진행되면서 움직임이 줄어들고 근육이 위축되므로 운동치료로 근육 경직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며 "마사지와 운동요법, 재활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창원파티마병원 신경과장.

파킨슨병 환자에게 수술 치료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반적이지는 않다. 약물치료의 합병증으로 이상운동 증상이 있는 경우 등에서 환자 연령·증세의 정도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정한다. 수술한다고 해서 약을 완전히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수술 효과가 영구적이지는 않아 증상이 다시 진행될 수 있다.김 과장은 "파킨슨병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치료 가능성과 함께 약물 치료가 가능해진 역사는 약 30년"이라며 "아직 파킨슨병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돼야 하고, 또 진행되고 있다. 예전에는 파킨슨병과 치매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파킨슨병에서 치매가 유발되기도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사원문 - http://www.idom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503019, 경남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