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기억은 최근 것부터 사라져
건강히 남아있는 기능 유지에 힘써야

▲ 치매환자에 대한 진단결과를 알고 나면, 환자와 생활하는 시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사진은 기사 안 특성사실과 무관함)

치매환자에 대한 진단결과를 알고 나면, 환자와 생활하는 시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를 불안과 공포심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것도 급선무지만 보호자들과 가족들도 긴 간병에 지치지 않고, 서로 갈등하지 않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근본적으로 환자를 잘 돌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하다.
나아가 치매환자에 대한 공적 서비스내용을 잘 알아서 지원도 받고 장기간 병치료에 발생하는 경제적 문제, 치매로 인한 유산 등에 대한 법적 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미리 세워 두는 것이 향후 가족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치매를 알아야 환자를 잘 돌본다
치매환자 가족들은 환자를 위한다는 생각에 간난아이 대하듯 모든 것을 대신해주려는 모습을 보이거나, 때론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태도로 대한다. 이는 환자의 자존심을 무너뜨려 화를 내는 행동으로 거부하기도 하고, 기억장애로 가뜩이나 불안한 환자에게 불안감이 더해져 오히려 말을 하지 않는 등 심리적 불균형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결국 치매환자의 여러 증상들을 사전에 많이 알면 알수록 환자는 물론 보호자와 가족들도 평안하게 해주는 길이다.

치매는 자신에게 질병이 걸렸다고 인식하는 대뇌피질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그래서 치매환자들은 자신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른다. 간난아이들은 대뇌피질이 덜 발달해 자기 행동에 대한 분별력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떼를 쓰고 운다. 치매환자가 아이처럼 투정부리고 좌충우돌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사람은 먼저 눈높이를 치매환자에 맞게 낮춰야 한다.

치매환자의 기억은 최근 것부터 사라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치매 노인들이 보이는 행동 중 두드러진 것은 자신이 젊었을 때, 심지어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미 쉰이 넘은 아들에게 학교는 잘 다녀왔냐고 묻기도 하고, 돌아가신 지 수십 년이 지난 아버지, 어머니가 자신을 찾는다며 집을 나서기도 한다.
은퇴한 지 20년이 넘은 교장 선생님은 아침 조례한다고 삐뚤어진 넥타이를 매고 식구들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듯 엉뚱한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수십 년 전 기억들을 젊은 사람들보다 더 생생하게 기억해 내기도 한다.

이런 현상들은 장년기의 기억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간 기억이 없어지니 20년, 30년 전의 일이 바로 어제 일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치매 가족들이 대부분 점점 나빠져 가는 치매 환자의 기억력을 되살려 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잃어버린 기억을 살리고자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아직 건강하게 남아있는 다른 기능들을 최대한 상실되지 않게 유지시키는 것이다.
잃어버린 기억을 살리기 위해 하루에 한두 시간씩 성경을 베껴 쓰게 하지만, 환자가 정작 하려고 하는 요리는 불이라도 내면 어쩌나 걱정스러워서, 미각기능이 떨어져 너무 짜거나 달아 못 먹게 될까봐, 또는 환자가 힘들까봐 아예 못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환자는 요리를 하는데 필요한 남아 있는 기능들마저 빨리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최대한 환자가 스스로 요리하게 하면서 가스불만 챙겨주거나, 간을 함께 봐주는 방법으로 기능을 유지시켜줘야 한다.
환자에게 남아있는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사라져가는 속도를 지연시키고 일상의 일부분을 환자 스스로 이뤄내면서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의 대부분을 환자에 매어있는 보호자에게도 매우 소중한 일이다.

사랑·효심만으로는 치료되지 않아
치매는 심각한 병이다. 병은 사랑이나 효심으로 치료되지 않는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만 하고 폭력적 성향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진단 받았다면 격리, 예방을 해야 한다.
기획기사 첫 회에 실린 끔찍한 사례에서도 봤듯이 치매 환자는 초기 소소한 기억상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치매진행 속도에 따라 감정조절이 안돼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많은 보호자와 가족들이 치매환자 간호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또한 고통을 받고 있다. 치매환자를 집에서 모시는 것은 여러 사회활동에 크게 지장을 받고 있어 감당하기 힘들다는 말들을 한다. ‘왜 요양원에 모시지 않느냐’고 하면 차마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치매에 걸린 부모를 요양원에 모시면 남들이 불효를 한다고 인식되는 것이 두렵거나 요양원을 수용소로 오인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매 부모님의 정도가 중증 이상인 경우에는 시설에 입원시키는 것이 환자에게나 보호자나 가족들에게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치매환자를 돌보는 것, 그것도 중증의 경우에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 그리고 장비나 기기가 필요하고 더욱이 환자를 안전하게 보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원문 - http://www.rw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97, 농촌여성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