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간병은 10년 이상 장기전…
혼자 짊어지고 가기엔 너무 큰 짐
힘든 현실 나누고 도움 받아야

지난하고 험난한 치매가족의 세월
얼마 전 70대 남성이 치매를 앓던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뉴스를 요약하면 치매에 걸린 아내가 폭력과 폭언으로 2년간 남성을 괴롭혔고, 남성은 견디다 못해 아내를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들이 발견해 남성의 자살은 막았지만 아들에게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가 된 셈이다. 두 부자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야만 할 것이다. 치매환자를 보살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현실이다.

이는 모든 치매환자의 보호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다. 환자의 예기치 못한 행동에 달래기도 화를 내보기도 한다. 갑자기 사라져 애간장을 태우기도 하고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오랜 간병으로 몸과 마음이 어느 순간 견디지 못할 때 돌아가시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리고 가슴을 때리는 죄책감에 또 한번 자신들을 자책하는, 참으로 지난하고 험난한 시간을 보내는 게 치매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와 가족들의 세월이다.
그래서 보호자와 가족들은 스스로를 잘 추슬러야 하고 다른 이들도 힘들어하고 팽개치고 싶은 마음을 가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환자 증세 악화에 자책 말아야
전문가들이 말하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와 가족들의 마음과 자세를 알아보자.
첫째, ‘자기감정 받아들이기’다. 간병을 하다보면 누구나 속히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왜 이정도 밖에 하지 못할까 자책감도 들기도 하고, 중증 환자일 경우 ‘고생 그만 시키고 빨리 죽기나 하지’ 라는 마음이 생길 때는 심한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 마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지친 몸과 마음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 나쁜 마음이라고 자신을 지나치게 학대해서는 안 된다.

둘째, ‘치매 간병은 길게는 10년 이상 장기간병이 필요한 질환’이다. 홀로 짊어지고 가기에는 너무 큰 짐이다. 가족에게 알리고 도움을 받고 힘든 현실을 말해야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 말할 수 있다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 함께한다는 믿음이 그 긴 터널을 벗어나는 동안 쓰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자신을 칭찬하기’다. 대부분의 치매환자 증세는 시간이 흐르면 나빠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를 왠지 보호자나 가족들의 돌보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책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다른 가족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경우도 생긴다. 일반적으로 치매는 뇌의 노화에서 오는 노인병이라 했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노화에 의해 기능이 약해진다는 것이고 증세가 나빠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진행이 악화되는 경우 환자의 상태가 나 때문에 더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나는 예전에도 잘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어, 나니까 이정도 하는 거야”라고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고 칭찬해 줘야 한다.

간병인도 충분한 휴식 취해야
넷째, ‘주위에 도움 청하기’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시간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온종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어떻게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는 성인, 때론 보호자보다 힘도 훨씬 세다. 거친 행동을 할 때는 두렵기기까지 하다. 한사람이 이 모든 것을 홀로 책임지고 돌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치매환자의 기억력처럼 한사람의 인생도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이다. 가능한 많은 가족이 돌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보호자 모임 참여하기’다. 치매가족모임, 지자체치매지원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치매치료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치매가족모임은 간병에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기에 공감과 위로의 힘을 얻게 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클 것이다.

여섯째, ‘공공 서비스 이용하기’다. 보호자가 주변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가족자체가 없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계에 매달려있는 가족이 생업을 버리고 환자에게 매달릴 수가 없는 경우다. 이렇게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때는 국가가 지원하는 재가 서비스가 유용하다.
일곱째, ‘자신의 건강 챙기기’로 간병을 하는 보호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치매처럼 장기간병이 필요한 질환에서의 보호자는 다른 가족과의 교대를 통한 휴식시간을 갖거나 일정시간을 휴가를 가는 등 휴식이 필요하다.

치매간병은 성인을 간병하는 경우로 체력도 요구된다. 휠체어에 태우거나 목욕을 시킬 때 힘을 써야하기 때문에 근육이나 관절에 병을 얻는 경우도 흔하다. 치매환자 주변의 한정된 공간에서 환자를 보호하다보니 운동부족이나 스트레스로 고혈압, 당뇨병에 걸리기도 한다. 보호자나 가족의 건강은 곧 환자의 건강과 직결된다. 평소 간병을 하면서도 스트레칭 등 간단한 실내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고, 건강검진도 놓치지 말고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치매환자를 제대로 아는 것과 환자 가족의 강건함이 곧 치매환자를 가장 잘 돌보는 최선의 길이다.

기사원문 - http://www.rw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64, 농촌여성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