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디지털 치매' 환자에서 뇌 기능 변화를 확인한 국내 연구가 발표됐다.

서울의대 최정석 교수(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24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2016년 제3회 정신건강정책포럼 대한사회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디지털 치매를 보이는 인터넷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뇌 생체신호와의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문제가 되는 디지털 치매란 디지털 기기에 의존해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감퇴되는 현상으로, 최근 디지털 기기 과다 노출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 뇌 기능 변화를 측정한 기초 연구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연구팀은 인터넷 중독 환자에서 뇌 신경 인지기능과 생리학적 변화를 확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인터넷 중독 환자를 모집해 Stop Signal Test(SST)와 함께 뇌파 검사를 시행했다. SST란 반응 억제 기능과 충동성을 측정하는 검사로, 연구에서는 소리 크기가 달라지거나 톤이 변하는 등 표준 소리와 다른 소리를 들려줬을 때 버튼을 누르게 했다.

그 결과, 인터넷 중독군에서 청각 자극에 대한 뇌 생체신호인 P300 진폭이 감소했다. 이는 기존에 보고된 알코올, 코카인 등 중독군과 비슷한 프로파일로, 청각적 정보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주의력과 작업기억력이 저하됐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주의력과 뇌 정보 처리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Translational psychiatry 2016;6:e721).

이와 함께 최 교수는 기존에 인터넷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뇌 기능적 변화를 확인했던 연구를 몇 가지 소개했다.

2014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인터넷 중독 환자에서 반응 억제 기능과 충동성을 평가했다. 참가자들은 화면에 보이는 화살표 방향에 따라 버튼을 누르게 하고, 소리 자극이 있을 때는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했다.

처음에는 인터넷 중독 환자에서 문제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성급한 모습을 보이고 오답률이 높아질뿐만 아니라 버튼을 누르지 않아야 할 때 누르는 등 자극능력과 통제능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다(Psychiatry research 2014;215:424-428).

2015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인터넷 게임 중독군, 알콜 중독군, 정상군을 대상으로 평상 시 휴식 상태에서 뇌파를 검사했다.

뇌파 분석 결과, 인터넷 게임 중독군은 다른 군 대비 베타파 크기가 감소했다. 베타파는 일반적으로 긴장할 때 나타나는 뇌파 신호인데, 낮아진다는 것은 저각성 상태 이른바 '멍 때리는' 상태임을 시사한다.

즉 인터넷 게임 중독 환자는 게임에 집중할 수 있을지라도 평상시에는 멍 때리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Translational psychiatry 2015;5:e628).

최 교수는 "스마트 기기가 우리 삶에 없어선 안 되는 존재가 됐지만, 과유불급인 것처럼 과다 노출된다면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의 중독 문제에 대해서는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아이는 주변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무작정 제어하는 것보단 누구와 무슨 게임을 하는지 등 아이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