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만명(추정) 정도였던 치매환자가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20년에는 15만명, 2030년에는 22만명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치매, 중풍(뇌혈관질환) 관련 의료비 부담도 급증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 중점을 둔 건강증진 시범사업에 나선다는 반가운 소식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의 건강증진 시범사업을 들여다보면 좀 이상하다.

한의사들이 사전·사후 스크리닝 검사(치매MMSE, 우울증GDS)를 통해 대상자들을 구별하고 인지기능저하자(치매고위험)와 우울감이 있는 노인들에게 생활‧행태 개선 교육 및 총명침, 한약 과립제 투여 등을 해주겠다고 한다.

MMSE, GDS 등은 한의학이 아닌 현대의학을 기반으로 하는 의학적 치매 진단 기준이다. 특히 치매와 우울증 진단은 고도의 전문적 식견을 요구하는 분야여서 의사들조차도 자신이 하겠다고 쉽게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런데 한의사들은 의학적 진단 기준을 가지고 치매와 우울증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 검증되지도 않은 총명침이나 한약 과립제로 치료까지 해주겠단다.

총명침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 있나. 총명침과 함께 투여하겠다는 한약 과립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것인가.

치료든 예방이든 의학은 무엇보다 의학적 증거가 우선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의학에서도 의학적 증거가 부족해 타당성을 검증받지 못한 치료법들은 외면받기 십상이다. 더욱이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로서는 그 무엇보다도 충분한 안전성 및 효과성이 검증됐는지부터 살피는 게 맞다. 그렇지 않으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기사원문 - http://www.docdocdoc.co.kr/211577, 청년의사